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레바논을 상대로 2년전 당한 패배를 설욕함과 동시에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교두보 마련에 나선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5일 오전 2시30분(한국시간) 레바논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최강희호는 지난달 28일(한국시간)부터 나흘 동안 아랍에미리티드연합(UAE) 두바이에서 있은 전지훈련을 마치고 2일 오전 격전지인 레바논의 베이루트에 입성했다.
한국(3승1무1패·승점10)은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2위에 올라 있다. 한 경기를 더 치른 우즈베키스탄(3승2무1패·승점11)에 승점 1점 뒤진 상황이다.
레바논(1승1무4패·승점4)은 3위 이란(2승1무2패·승점7·골득실 0)과 4위 카타르(2승1무3패·승점7·골득실 -3)의 뒤를 이어 조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 레바논 원정에서 승리하면 조 1위를 탈환할 수 있다. 아울러 남은 최종예선 2경기(11일 우즈베키스탄·18일 이란)가 홈에서 열리는 만큼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해 순항하게 된다.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는 조 2위까지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조 3위의 경우 아시아 플레이오프,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험난한 일정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을 끝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겠다고 공공연히 밝혀 온 최 감독은 최종예선 3연전의 첫 제물로 레바논을 삼고 있다. 3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최강희 감독은 "레바논전은 내용보다 경기 결과가 중요하다"며 "개인적으로 남은 3경기를 모두 승리하고 싶다. 우리가 이 경기를 잘 치르고 돌아가면 지난 원정에서 부진했던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을 상대로 설욕도 해야 한다. 결과와 내용을 모두 얻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태극전사들의 몸상태는 최상이다. 잔부상도 없이 두바이 전지훈련을 소화한 터여서 레바논 입성 첫날은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 회복에 주력했다.
최 감독은 "이전에는 선수들이 잔부상도 많았고, 피곤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것들이 없이 두바이에서 훈련을 잘했다"며 "내일 훈련을 지켜봐야 하지만 몸상태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누비는 손흥민(21·함부르크)과 지동원(22·아우크스부르크)을 비롯해 잉글랜드 무대에서 뛰는 이청용(25·볼턴)과 김보경(24·카디프시티) 등 유럽파들의 최근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고무적이다.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최상의 컨디션과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최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너무 좋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11년 11월15일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5차전 레바논 원정에서 1-2로 패한 아픈 기억도 있다. 이날 패배로 당시 사령탑이던 조광래 감독이 경질됐다.
그의 후임으로 사령탑에 오른 인물이 현재의 최강희 감독이다. 최 감독은 당시 K리그 클래식에서 전북현대를 우승으로 이끌며 차기 국가대표 감독 1순위로 거론됐지만 감독직을 극구 사양한 바 있다.
최 감독은 "(조광래 감독 경질로 인해)동네에서 빨간 양말 신고 삽겹살에 소주 먹고 있던 사람이 대표팀 감독이 됐다"며 "시원하게 이겨야 한다. 2년 전 아픔을 제대로 갚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한국은 최 감독 부임 이후 지난해 6월에 치른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에서 레바논을 홈으로 불러들여 3-0 완승을 거둬 지난날의 수모를 되갚았다. 그러나 홈에서 거둔 승리였기에 개운치 않았다.
당시 2골을 뽑아내 승리의 주역이 됐던 김보경(24·카디프시티)이 이번에는 레바논 적지에서 공격 선봉에 설 전망이다.
최 감독은 이청용의 가세로 측면 자원 운영에 숨통이 트인 만큼 김보경을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해 공격 본능을 발휘하도록 할 전망이다.
지난 2011년 9월2일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1차전에서 레바논을 상대로 2골을 터뜨리며 6-0 완승에 기여했던 지동원도 출격 대기 중이다.
한국은 '중원의 핵' 기성용(23·스완지시티)과 구자철(24·아우크스부르크)이 각각 경고누적 및 부상으로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진공청소기' 김남일(36·인천)과 '신인왕' 이명주(23·포항), 한국영(23·쇼난 벨마레)이 있어 든든하다.
최강희호가 상대할 레바논은 A조에 속한 국가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29위로 가장 낮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42위)이 압도적으로 앞선다.
또한 한국이 월드컵 4강과 16강을 경험한 반면 레바논은 월드컵 본선 진출마저 전무하다.
여러모로 한국에 열세를 보이고 있는 레바논이지만 그 동안 많은 성장을 이루며 중동의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 강한 힘과 체력에 빠른 스피드를 겸비한 축구를 구사한다.
아울러 중동 특유의 '침대축구'와 홈 텃세, 불규칙한 잔디 상태 등 난관이 기다리고 있어 방심은 금물이다.
레바논의 열악한 그라운드 상태에 대해 최 감독은 "기술이 좋은 팀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축구를 잘하는 선수는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선수들이 극복해야 한다. 환경 문제를 핑계대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레바논은 국가대표 6명이 지난 2월 불거진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월드컵 최종예선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설상가상 레바논의 주전 미드필더인 로다 안테르(산둥 루넝)까지 은퇴를 선언한 상황에서 테오 부커 레바논 감독은 "레바논이 한국을 이기기는 힘들다"며 일찌감치 승부를 포기한 모습이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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