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윤석민이 이제 막 기지개를 폈다. 지난 16일 광주 SK전에서 올시즌 처음으로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에이스 윤석민의 시즌 첫 선발 등판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기 충분했던 경기였다.
그러나 결과까지 KIA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엔 조금 부족했다. 5회까지 홈런 2개 포함 5피안타 2사사구에 2실점(2자책)하고 0-2로 뒤진 가운데 마운드를 내려왔고 타선의 지원이 부족했던 탓에 패전의 멍에까지 썼다. 이날 선발 맞대결 상대가 SK 신인 백인식이었다는 점에서도 자존심이 약간은 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윤석민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출발이 그의 예상보다 좋았기 때문이다. 19일 만난 윤석민은 “제구력이나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던 경기”라고 평했다.
무엇보다 재활 후 첫 선발등판에서 아프지 않다는 점, 그리고 다른 재활 선수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좋은 페이스라는 것이다. 윤석민은 “50일 정도 쉬고 들어와서 두 번 정도 불펜 피칭을 한 다음, 지금의 밸런스라면 그 자체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100개 공을 던진 후 “다행히 아프지도 않다”는 그의 말도 반갑게 느껴졌다.
위기는 있었지만 그 고비를 넘겨내는 힘은 역시 에이스다운 모습이었다. 2회 조성우와 박진만에게 맞은 백투백 홈런 두 방이 실점의 전부였다. 몸쪽 직구 승부를 하다가 당했다. 150km도 넘던 직구 스피드는140km 중반에 머물렀다.
윤석민은 “스피드는 아직 연습량이 많지 않아서 안나오는 것 같다. 스피드가 140km 중반이라도 볼끝이 있으면 되는데 그게 없으니 타자들 입맛에 맞는 공이 돼버린 것 같다”고 홈런 상황에 대해 분석했다.
상대와의 머리 싸움에서 이겨내지 못한 점도 아쉬움이 남는듯 했다. 윤석민은 “상대가 나와 승부를 하면 딱 직구, 슬라이더 한 두 개만 노리고 들어온다. 타자들이 포기하다시피 모든 끈을 놓고 마음 편하게 하는 것이 나로선 불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 내가 유인구도 섞고 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록 실점은 있었지만 윤석민을 상대한 SK 선수들의 평가는 좋았다. “그렇게 쉬고 나왔는데도 볼끝이 있었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볼이었다. 제 컨디션을 찾으면 더 많은 대비를 해야할 것 같다. 윤석민의 클래스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는 게 SK 선수들의 말이었다.
윤석민도 환하게 웃는다. 예상보다 더 좋았던 출발. 재활을 거친 선수들이 다 그렇듯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첫 선발 등판에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던 이유였다. 국내 야구 팬들은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까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윤석민. 부담이 되고 속상할 때도 있지만 그럴수록 더 욕심내 던지지는 않을 생각이다. 앞으로 더 던질 날이 많다는 걸,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아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윤석민이다. 재촉하지 않고 지금처럼만 던진다면 예전의 모습을 곧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윤석민은 “어깨가 안좋은 상태에서 그렇게 이겨냈고, 이제 던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시간은 걸릴 것이다. 지금처럼 던지다보면 곧 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석민의 여유로운 미소 속에선 2011년 보여줬던 자신감 넘치는 표정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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