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볼러' KIA 김진우가 '슬라이더 투수'로 변신했다. 국내 투수 중 손에 꼽히는 커브를 보유한 김진우가 14일 광주 SK전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커브도 여전히 위력적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슬라이더에 눈썰미가 좋은 SK타자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모든 것 내려놓은 무심투(無心投)

김진우는 이날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9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3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거머쥐었다. SK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최정을 맞아 삼진 2개를 솎아냈고, 지난주까지 팀동료였던 김상현도 삼진 1개를 포함해 무안타로 봉쇄했다. 중간중간 왼쪽 어깨가 빨리 열려 4개의 사사구를 허용했지만, 이전등판과는 다른 김진우 다운 모습을 되찾았다.
지난달 19일 문학 SK전에서 6.2이닝 3실점해 승리투수가 된 이후 8일 광주 롯데전까지 3경기에서 17.1이닝 동안 7실점하며 2패만을 떠안은 김진우는 이날 구장에 나오기 전 "모든 것을 내려놨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오늘(14일)까지 투구 밸런스나 제구가 안좋아 경기를 망치면 2군행을 자원하겠다고 결심했다. 2군에 가서 원없이 던져보고 잃었던 감각을 되찾겠다고 마음 먹었다. 야구장 오는 길이 편안했고, 경기를 준비하면서도 큰 욕심이 생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투구 밸런스가 썩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 힘으로 승부하려 했던 게 독이 됐다. 그는 "직구 커브 싱커 뭣 하나 마음에 드는 공이 없었다. 원하는 감각이 안나오니 힘으로 던지는 나쁜 습관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없는데 완벽하게 던져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어 최악의 피칭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역투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이른바 '무심투'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는 "밸런스가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만족스러운 투구였다"고 자평했다.

◇커브볼러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다

기술적인 변화는 역시 슬라이더의 각이 예리해졌다는 점이다. 김진우는 이날 99개의 공을 던졌는데, 직구와 싱커, 커브를 각각 24개씩 던졌고, 슬라이더를 26개 구사했다. 직구와 싱커는 각각 149㎞까지 측정됐고, 슬라이더도 139㎞에 달했다. 조규제 투수코치는 "슬라이더를 던지는 방법을 살짝 바꿨는데, 효과를 본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스스로 파워피처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KIA에는 이미 '국가대표 슬라이더 투수' 두 명이 있다. 윤석민과 송은범 모두 정상급 슬라이더를 자랑한다. 김진우는 "(송)은범이와 (윤)석민이에게 슬라이더를 잘던지는 방법을 물었는데, 이들이 하는 방법으로 던지니 컷패스트볼처럼 들어가더라. 8일 등판 후 닷새간 쉬면서 이런저런 연구를 하다 지금의 슬라이더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타자들의 히팅포인트 앞에서 빠르고 예리하게 꺾이는 슬라이더에 SK 타자들의 배트가 연신 허공을 갈랐다. 특히 최정이 김진우의 슬라이더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눈길을 끌었다. 김진우는 "(최)정이는 워낙 직구 타이밍에 배트를 잘 돌리니까 처음부터 이전보다 한 개 앞에서 꺾이도록 던지겠다고 마음 먹었다. 늦게 변하면 감각이 좋은 최정에게 맞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시절 최고의 슬라이더를 던져 '조라이더'로 불린 조용준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슬라이더는 변화구라고 의식하는 순간 마음먹은대로 던질 수 없다. 포심패스트볼을 쥔 그립에서 살짝만 변형해 직구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눌러줘야 빠르고 예리한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진우가 장착한 강력한 슬라이더가 바로 '조라이더'의 명품 슬라이더와 비슷한 각을 이뤘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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