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간 한국 프로야구 신인들은 '중고'가 대세였다.
적게는 1년에서 많게는 5년 동안 프로 분위기를 익힌 이들은 갓 프로에 뛰어든 선수들을 압도했다. 2008년 최형우(삼성)부터 지난해 서건창(넥센)까지 신인왕은 규정상 새내기에 포함된 경력자들의 차지였다.
올해는 중고 신인들의 장기집권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심에는 막내 구단인 NC 다이노스 외야수 나성범이 있다.
오른 손바닥 부상으로 재활에 매진한 탓에 13일 현재 고작 6경기만을 치른 나성범이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기며 신인왕 0순위로 급부상했다.
나성범은 데뷔 두 번째 경기(8일 한화전)에서 2안타를 모두 홈런으로 장식했다. 지난 1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5타수 4안타 3득점 2타점 1볼넷으로 팀의 17-5 대승을 이끌었다. 지금까지는 투수를 포기하고 타자로 전향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개점휴업 중인 '6억팔' 윤형배(NC)는 6월 데뷔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150㎞를 넘나드는 듬직한 직구와 묵직한 구위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던 윤형배의 1군행은 신인왕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늘 그래왔듯 중고신인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3년차 선발 '잠수함' 이태양(NC)은 벌써 3승(1패)을 챙겼다. 평균자책점은 3.13으로 준수하다.
특별지명으로 NC로 넘어온 이태양은 아담(40⅓이닝)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37⅓이닝을 소화할 정도로 김경문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다.
SK 와이번스의 외야수 한동민도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지난해 7경기 출전에 그쳤던 한동민은 올 시즌에는 팀이 치른 30경기에 모두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팀의 핵심 멤버로 급부상했다. 지난 8일 두산전에서는 9회 극적인 동점 홈런으로 13-12, 대역전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29살의 김대우(롯데)는 최고령 신인왕에 도전한다. 시즌 성적은 타율 0.241 홈런 2개 타점 18개다. 최근 부진으로 기록이 떨어졌지만 강민호의 부활로 부담을 덜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만일 김대우가 타이틀을 차지할 경우 롯데는 지난 1992년 염종석 현 롯데 불펜코치 이후 21년 만에 신인왕을 배출하게 된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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