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군단'에 들어온 송은범은 어떤 효과를 불러 일으킬까. KIA 선동열 감독은 "불펜재건이 시급한 과제였는데 송은범이라는 검증된 투수를 영입하게 돼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처음 만났는데 굉장히 활발하고 밝은 선수더라.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선 감독의 말처럼 송은범은 낙천주의자다. 이효봉 XTM해설위원은 "배짱도 두둑하고 큰 힘 안들이고 공을 던지는 투수다. 예전에 1점차 9회초 2사 만루에 마무리로 등판한적이 있는데, 2볼에서 변화구로 타자를 유인했다. 타자가 속지 않아 3볼까지 몰려 '밀어내기로 점수를 주겠구나'싶었는데 스트라이크 3개를 내리 던져 승리를 지켜냈다. 2볼에서 왜 유인구를 던졌나고 물었더니 '속을줄 알았는데 골라내더라'며 웃더라. 대단한 투수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런 송은범의 성격이 KIA 마운드에 새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극강 불펜 구축 "삼성과도 해 볼 만"

선 감독은 "송은범은 올시즌 불펜 필승조로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 불펜이 가장 좋았던 시절의 안지만, 정현욱(현 LG)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재활을 마치고 선발 복귀 중인 윤석민도 이번주까지 불펜에서 투구수를 끌어 올릴 계획이라 적어도 이번주만큼은 '극강 불펜'의 위용을 갖춘 셈이다. 선 감독은 "(윤)석민이는 5회 이전에라도 승리할 확률이 높아보이면 투입해 조금 긴 이닝을 던지면서 투구 감각을 끌어 올리게 할 것이다. 이번주에 최대 3차례 정도 등판시킬 계획이다. 송은범은 7~8회 필승조로 투입해 마무리 앤서니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윤석민과 송은범이 불펜에 있는 이번주만큼은 삼성과 견줘도 손색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10일 포항에서 맞붙을 삼성과 주말 3연전을 '힘 대 힘'으로 제대로 붙어보겠다는 의지가 묻어난 대목이다.

◇빅리거도 무시한 송은범 "믿고 던진다"

송은범은 "선발이든 중간이든 보직은 상관없다. 이제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어 몸도 빨리 풀린다"고 밝혔다. SK시절 선발과 불펜, 마무리를 모두 경험한 터라 전천후 등판에 익숙하다는 것. 그는 "김성근 감독님과 있을 때 배운 게 큰 도움이 됐다. 내가 '무조건 막아야지'라는 생각보다 '뒤에 더 좋은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으니, 이 상황을 잘 넘겨 다음 투수에게 연결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뒤가 든든하니 더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었다. KIA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던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점은 송은범 스스로 결과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트레이드가 발표된 날 (류)현진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집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던 중에 전화를 받아 '야야, 끊어. 바뻐'라고 말한뒤 (전화를)끊어버렸다"고 말해 취재진을 당혹케했다. 무려 메이저리거의 위로 혹은 축하 전화를 당당히 거절한 것이다.

◇송은범 효과 최대 수혜자는 윤석민?

소위 '쿨'한 성격을 가진 터라 팀메이트가 된 윤석민이게 끼칠 영향도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올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윤석민은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송은범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윤석민이 조금 더 예민한 성격이다. 선 감독은 "투수는 누구나 예민하다. 그 모습을 마운드위에서 드러내느냐 아니냐는 큰 투수로 성장하느냐 못하냐의 기준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좋을 때는 극강모드로 투구하다 컨디션이 나쁠 때 난타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송은범은 난타를 당해도 풀이 죽지 않는 강한 '멘탈'을 보유하고 있다. 그 긍정 바이러스가 윤석민에게 전이되면 '메이저리거급 에이스'로 거듭나는 것이다. KIA 마운드에 불 '송은범 효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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