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했던 4월 날씨에 주춤했던 거포들의 방망이가 5월에 접어들자 잔뜩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따뜻한 날씨가 거포들의 홈런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최근 페이스는 지난해 홈런왕 박병호(27·넥센 히어로즈)가 가장 좋다.
3월30일 광주 KIA 개막전부터 4월까지 단지 4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박병호는 5월 첫 경기였던 대구 삼성전에서 대포를 쏘아 올리며 홈런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3일부터 시작한 목동 KIA 3연전에서 박병호가 몰아친 대포만 4개다.
특히 5일 경기에서는 KIA 선발투수 헨리 소사를 상대로 3점 홈런만 2개를 뽑아내는 괴력을 뽐내면서 단숨에 홈런 선두(9개)로 도약했다. 박병호는 이날 혼자서 7타점을 올렸다. 7타점은 박병호의 개인 통산 최다 타점이다.
박병호의 최근 타격감은 적장인 KIA 선동열 감독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선 감독은 "박병호가 지난해보다 훨씬 더 발전한 것 같다. 바깥쪽으로 던지면 힘으로 밀어 넘겨버리고 몸쪽은 잘 못 공략하면 몸에 맞는 볼을 내주게 된다. 이러면 투수가 던질 곳이 없다"고 엄지를 세웠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병호가 4월에는 마음이 급해서인지 테이크 백(타격에 돌입하기 전 배트를 뒤로 끌어올리는 것) 동작에서 상체가 무너졌다"며 "5월부터는 상체가 무너지지 않으니 공을 제대로 받쳐놓고 때리고 있다. 감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박병호는 지난해 5월 한달간 27경기에 출장해 7홈런 타율 0.313의 맹활약으로 KBO 선정 '이달의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바 있다.
'돌아온 빅초이' 최희섭(34·KIA 타이거즈)의 상승세도 눈부시다. 올 시즌 26경기에 출장한 최희섭은 8홈런 29타점 타율 0.340의 눈부신 타격감을 과시하면서 KIA 불방망이 타선의 선봉에 섰다.
최희섭은 6일 현재 홈런 2위(8개), 타점 2위(29개) 장타율 1위(0.680) 등 타격 전 부문에서 최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부진과 비교하면 최희섭의 도약은 더욱 놀랍다. 최희섭은 2012시즌 80경기에 출장해 7홈런 42타점 타율 0.252의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았다. 스프링캠프 불참이 체력저하로 나타났고 결국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연봉삭감은 그의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입혔다.
'달라진' 최희섭의 비결은 김용달 타격코치와 겨우내 준비한 '힙턴훈련'의 결과다. 최희섭과 김 코치는 스프링캠프부터 하체를 많이 쓰는 힙턴에 매진했고 시작부터 달콤한 결실을 거두고 있다.
최정(26·SK) 역시 올 시즌 22경기에 출장해 8홈런 31타점 타율 0.337의 빼어난 성적으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타점에서는 공동 2위인 최희섭·박병호(29개)를 2개 차이로 따돌리며 선두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반면 아직 지난해 페이스만큼 올라오지 못한 선수도 있다.
2012시즌 각각 홈런 부문 4위(23개)와 5위(21개)를 차지했던 박석민(28)과 이승엽(37·이하 삼성)은 3홈런과 2홈런에 머물고 있다. 이승엽은 타율마저 2할대 초반(0.217)으로 주춤하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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