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을 바라던 '블루드래곤' 이청용(25·볼턴)의 날개가 꺾였다. 1년을 절치부심했지만 끝내 남은 것은 2부 리그 잔류라는 뼈아픈 현실이었다. 장난 같은 운명의 희생양이 됐다.
이청용은 4일 오후 8시45분(한국시간) 영국 볼턴의 리복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2013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46라운드 최종전 볼턴 원더러스와 블랙풀과의 홈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프리미어리그(1부 리그) 승격과 챔피언십(2부 리그) 잔류가 걸린 운명의 살얼음판 승부에서 이청용은 온 힘을 다해 뛰고도 결국 팀을 구하지 못했다.
승격과 잔류의 갈림길에 선 채 맞이한 리그 최종라운드에서 승점 1을 보탠 데 그친 볼턴은 18승14무14패(승점 68)의 최종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같은 시각 7·8위를 달리던 레스터 시티와 노팅엄 포레스트의 맞대결에서 레스터 시티가 기적 같은 3-2 역전승을 따내 볼턴을 제치고 6위를 차지했다.
리그 최종라운드가 열리기 직전까지 볼턴은 18승11무16패(승점 65)의 레스터 시티에 승점 2 차이로 근소하게 앞서 있었다.
골 득실에서 +8을 기록하던 볼턴은 골 득실 +5의 노팅엄 포레스트에 앞서 6위를 지켰다. 반면 승점 2 차이로 뒤져있던 레스터 시티는 골 득실 +22를 기록 중이라 무조건 노팅엄 포레스트가 잘해주기를 바랐다.
바람대로 양 팀의 경기는 2-2로 무승부를 달렸고 볼턴이 행운의 주인공이 되는 듯했다. 볼턴은 블랙풀과의 경기에서 2-2로 먼저 마친 상태. 노팅엄 포레스트와 레스터 시티의 경기가 무승부로 종료되면 볼턴이 승격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레스터 시티가 극적인 역전 골을 뽑아냈고 실낱같던 볼턴의 희망은 끊어지고 말았다.
2011~2012시즌을 코앞에 두고 이청용은 불의의 부상을 당해 시즌을 통째로 날리다시피 했다. 핵심 멤버인 이청용이 빠진 볼턴은 맥을 쓰지 못한 채 10승6무22패(승점 36) 리그 18위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내려왔다.
부상에서 복귀한 이청용은 2011~2012시즌 마지막 2경기를 남겨두고 교체 투입됐지만 다음 시즌을 위한 예고편에 불과했다.
자신이 없는 사이에 팀의 강등을 바라봐야만 했던 이청용은 이번 시즌 칼을 갈았고 그라운드에서 몸달았던 한을 풀기라도 하듯 맹활약했다.
정규리그 33경기에 선발 출전(7경기 교체출전)해 4골 4도움을 올렸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까지 포함하면 이번 시즌 총 35경기 선발에 8경기 교체투입 되는 동안 5골 4도움을 기록했다.
이 같은 활약은 팀 내 에이스들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이다. 이청용은 크리스 이글스(11골), 데이비드 은고그(8골), 마크 데이비스·케빈 데이비스(각 6골) 다음으로 훌륭한 활약을 했다.
하지만 이청용의 맹활약도 끝내 팀을 구하지는 못했다. 비상(飛上)을 꿈꾸던 '푸른 용' 이청용의 날개는 꺾이고 말았다.
1년 더 남으며 팀의 승격을 기다릴지, 새로운 팀으로 옮겨 볼턴에서 못다 푼 실력의 나래를 펼칠지 프리시즌 동안 팬들의 관심은 이청용의 행보에 쏠리게 됐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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