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KIA 타이거즈의 문제는 '허약한 불펜'이다.
지난해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8번의 블론세이브(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한 투수가 동점 혹은 역전을 허용)를 기록한 올 시즌 KIA는 20경기(13승1무6패)를 치른 29일 현재 벌써 5번의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롯데 자이언츠(6번)에 이어 2위다.
13승 중 12승을 합작하는 든든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발 투수진과 더욱 비교되는 대목이다. KIA 선발마운드는 현재 에이스 윤석민의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도 헨리 소사, 양현종, 김진우, 임준섭, 서재응이 제 몫을 다하고 있다.
2패(1승)를 떠안고 끝난 삼성 라이온즈와의 지난 주말 3연전은 KIA 불펜의 허약함을 여실히 증명한 경기였다. 26일에는 선발 김진우가 7이닝 1실점으로 쾌투했지만 불펜진이 무려 5점을 내주며 졌고 28일에는 선발 임준섭의 7이닝 무실점의 완벽투에도 불펜의 방화로 패배했다.
30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KIA 선동열(50) 감독은 이날 2군 등판한 윤석민의 소식을 듣자 "돌아오면 불펜으로 쓸까"라며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넸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끝으로 어깨 통증 때문에 그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던 윤석민은 두 번째 퓨처스리그 등판이었던 30일 한화전에서 5이닝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윤석민은 77개의 공을 소화했고 직구는 최고구속은 145㎞까지 나왔다. 탈삼진은 7개 솎아냈으면 볼넷은 한 개만 허용했다.
선 감독은 "석민의 1군 복귀여부는 자고 일어나서 어깨 상태를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며 "5회에 구위가 확 떨어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아무래도 연습 부족 같다. 마음 같아서는 2군에서 2~3차례 더 등판시키고 싶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불펜이야기가 나오자 반응이 달라졌다. 선 감독은 "석민이가 돌아와 불펜으로 써도 좋을 것 같다"며 "석민이가 선발 투수에 이어 1~2이닝만 던져주고 그 뒤에서 앤서니 르루가 받쳐 주면 철벽 마운드가 될 것"이라고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
KIA는 지난 28일 시즌 초 필승조를 맡았던 최향남과 박준표를 2군으로 내리고 박지훈과 한승혁을 1군으로 올려 필승조를 맡겼다. 박지훈은 대졸 2년차 그리고 한승혁은 고졸 3년차에 불과하다.
선 감독은 "(필승조를 책임질)선수가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없는 대로 해야지. 이렇게라도 꾸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트레이드를 하려고 해도 카드가 맞지를 않는다"며 "구단 간 트레이드가 돼야 하는데 절대 손해를 안 보려고 하기 때문에 성립되기가 참 힘들다"고 덧붙였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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