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꽃으로 불리는 홈런. 올시즌 프로야구가 막을 올린 지 어느덧 한달 가까이 되면서 홈런 경쟁도 슬슬 불붙기 시작했다. 신·구 거포들의 혼전이 계속되면서 볼거리는 더욱 풍성해졌다.
초반 홈런 레이스는 이성열(넥센)이 주도했다. 이성열은 개막 후 6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성열이 4개의 홈런을 쳤을 때 2위 그룹의 홈런수는 단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이성열의 초반 페이스는 무서웠다. 이후 그 기세가 주춤하며 2개를 보태는 데 그쳤다. 이성열은 초반 몰아친 덕분에 여전히 홈런 단독 선두(6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홈런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것은 올 시즌 부활을 선언한 ‘빅초이’ 최희섭(KIA)이다. 최희섭은 지난 16일까지만 해도 홈런이 없었다. 그러나 17일부터 4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는 괴력을 뽐냈다.
21일 SK전에서는 연타석 아치까지 그려냈던 최희섭은 이성열을 1개 차로 바짝 쫓고 있다. 4경기 연속 홈런에 힘입어 타점 부문 선두(20개)인 최희섭은 2009년(33홈런-100타점)에 이어 생애 두 번째 30홈런-100타점 고지를 돌파할 기세다.
2010년부터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소년 장사’ 최정(SK)도 팀 타율 8위(0.242)에 처져 있는 타선에서 거의 유일하게 제 몫을 해내며 홈런 공동 2위(5개)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 홈런(31)-타점(105) 부문을 휩쓸며 MVP를 수상해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내려갔던 박병호(넥센)도 홈런 공동 4위(4개)에 이름을 올렸다. 박병호는 상대 투수들의 지독한 견제에 시달리며 타율은 0.220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일 NC전에서 9회 끝내기포를 쏘아올린 것을 비롯해 21일 NC전 쐐기 3점포 등 최근 2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며 지난 시즌의 활약이 반짝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LG의 톱타자 오지환도 4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깜짝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 박석민(삼성), 양의지(두산), 강정호(넥센), 김태균(한화)도 3개의 홈런을 쳐내며 호시탐탐 홈런 레이스에 가세할 태세다.
특히 프로야구 최고 연봉자(15억원)인 김태균은 지난 NC와의 주중 3연전에서만 3개의 홈런을 추가하며 팀의 개막 13연패를 끊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지난해 4할 타율 도전 속에 잃어버렸던 거포 본능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홈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국민 타자’ 이승엽(삼성)은 현재 2개의 홈런에 그치며 잠잠한 상태다. 시즌 전 WBC 참가 때문에 몸상태를 일찍 끌어올려야 했던 이승엽은 홈런뿐만 아니라 타율도 0.215에 머무는 등 부진에 빠져 있다. 하지만 이승엽은 누구보다도 몰아치기에 능하다. 게다가 5월만 되면 거짓말처럼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였기에 여전히 홈런왕 경쟁군에서 이름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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