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건으로 본 노동세태"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운전기사가 사고를 자주 내면  당해 근로자가 제공하기로 한 노무의 본질적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사규 등에 따라 징계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고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 번 사건의 경우는 이 놈의 징계절차가 영 석연치 않다.
 사연을 들어보니, 한 지붕 밑에 두 가족(2개 노조)이 동거 중인데 하나는 단체협약이 체결된 기성노조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그것이 없는 신생노조로서 여러 가지로 입지가 약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생노조 소속 근로자 한 명이 판례와 같은 사유로 징계대상이 되었다. 내부 관련규정에 따라 노사 각 3명 동수로 징계위를 구성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노측 징계위원 3명이 모두 상대편 노조원이다. 이런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다. 노조측 징계위원 전원이 사측 징계안에 동의하였다. 그러니까 배구로 치면 상대 공격수(사용자측)가 스파이크를 날리는데 블로킹 해줄 사람(노조)이 시늉만 낸(물론 최선을 다 했더라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 셈이다. 이 경우가 바로 때리는 시어머니(징계한 사용자)보다 말리는 시누이(징계위에 참석한 노조)가 더 얄밉다는 말이 들어맞는 경우다. 이런 식으로 하면 누가 봐도 공정성 시비가 뻔히 일어날 일인데도 피신청인측은 신생노조와 단협이 없어 부득이 노조법상 사업장 단위 단체협약 효력확장법리대로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징계관련)을 단지 적용했을 뿐인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투로 일관한다.
 이렇듯 지난 2011년 7월부터 복수노조 시대가 열리면서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이러한 불공정 차별행위를 시정해달라는 사건이 제법 들어오고 있다. 복수의 노조가 경쟁상태라면 사실 사업주는 자기가 상대하기 편한(?) 노조가 대표노조가 되길 바랄 것이고 은근슬쩍 그러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싶은 유혹도 들 것이다. 특히 조그마한 사업장에서 단위 노조들이 호각지세라면 사용자의 입장과 거취에 따라 노노관계는 민감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를 예방하고자 노조법 제29조의4에서 노사에게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즉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있으면 교섭창구에 참여한 어떤 노조든 우리 노동위원회에 그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물론 적법하게 대표노조가 되면 대 사용자 관계에 있어 여타 노조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거나 다름이 없어 협약문구에 특별히 대표노조라고 하지 않고 그냥 노조라고 표기해도 대표노조를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 경우, 징계위에 참여할 수 있는 노조원은 당연 대표노조의 소속이 된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법문의 외피만 보는 형식논리이다. 반면, 실질적 측면에서 보면, 대표노조가 사용자로부터 징계위 참석을 통보받았더라도 적어도 징계대상자 소속 노조와 누구를 노조대표로 참석시킬지 협의해 보던지 아니면 최소한 누가 참석한다는 통보라도 하였다면 일말의 공정의무준수의지가 있었다 할 것이다. 그러나 대표노조는 그 어떤 행위도 하니 아니하였던바 우리 위원들은 공정의무를 준수할 한 점의 동기도 찾을 수 없는 고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적 행위에 기한 절차상 부당징계로 보았다.      
 누가 한 말인지 잘 모르겠으나 “빵을 나눌 때 한 사람에게 먼저 빵을 자를 기회를 주면, 다른 사람에게는 나누어진 빵을 먼저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이것이 정의(공정)다“. 라는 말이 실로 이 경우 해 주고 싶은 말이다.

김양현 전남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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