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를 통해 이천수의 달라진 모습을 봤다."
하석수(45) 전남드래곤즈 감독이 16일 오후 7시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2013 7라운드 인천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에서 득점없이 무승부를 거둔 뒤 옛 제자 이천수(32·인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사연이 많은 경기였다. 지난 2009년 이천수에게 '임의탈퇴' 징계를 내렸던 전남은 그라운드 위에서 다시 그를 만났다. 이미 용서는 했지만 예전의 상처는 여전히 '애증'이라는 앙금으로 남아있었다.
하 감독도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그는 경기 시작 전 "이천수와 경기장에서 다시 만나게 돼 기분이 묘하다. 서로가 고생을 많이 했다"며 "옛날 일은 옛날일일 뿐이다. 일단 다시 K리그에 복귀한 이상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천수가 잘해줬으면 좋겠다. 단 오늘 골을 넣으면 세러모니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잔뜩 긴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는 치열했다. 올 시즌 처음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한 이천수는 인천의 왼쪽 측면 미드필더를 책임지며 이날 가장 위협적인 몸놀림을 보였다. 자연스레 이천수 쪽으로 수비가 집중됐고 경기 중간중간 거친 몸싸움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천수는 의연했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뒤 오히려 먼저 악수를 건네는 모습까지 보이며 상대 팀과의 마찰을 앞장서서 차단했다.
하 감독은 '악동'에서 '순둥이'로 변신한 이천수의 모습을 지켜보며 많은 감정을 느꼈다.
그는 "하필 우리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온다고 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것은 이천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서로 예의를 지키며 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천수가 그것을 잘 지켜줬다. 깨끗한 경기를 펼치고 나니 오히려 지금은 마음이 편안하다. 오늘 경기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 감독은 이어 "이천수가 우리 선수들과 부딪히는 상황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먼저 다가가 미안하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예전과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성숙해진 제자의 모습을 크게 반겼다.
전남은 최근 인천과 치른 5번의 대결에서 무려 4차례나 0-0 무승부를 거뒀다.
'무득점 경기 징크스'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하 감독은 "사실 무득점 경기는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 재미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며 "결과도 중요하지만 다음에는 인천과의 대결에서는 비기더라도 최소한 2-2나 3-3 스코어을 만들겠다"고 공격 축구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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