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혁(37)이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베테랑 가드 강혁이 6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모비스와의 2012~2013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 패배(84-90)를 끝으로 농구 인생을 마무리했다.
강혁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26년 동안 힘든 적도 많았지만 성적을 내면서 행복했던 것 같다. 좋은 팀, 좋은 지도자 밑에서, 좋은 동료들과 함께 많은 것을 배웠고 12시즌 동안 플레이오프에 출전하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성산초~오산중~삼일상고~경희대를 졸업한 강혁은 1999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서울 삼성에 입단했다. 선수로 활동한 12시즌 동안 모두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며 '플레이오프 보증 수표'라는 애칭을 얻었다. 12시즌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은 10시즌 이상 뛴 선수 중 강혁이 유일하다.
삼성에 몸담았던 강혁은 2005~2006시즌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고 앞서 2000~2001시즌 우수후보선수상, 2004~2005시즌 모범선수상을 받았다.
아울러 2003~2004시즌부터 2006~2007시즌까지는 4년 연속 수비 5걸에 선정되며 알토란같은 선수로 평가 받았다.
정규리그 통산 561경기에 출전해 평균 8.3점 3.9어시스트 1.3스틸을 올렸다. 특히 2대2 플레이는 "알고도 못 막는다"는 소리를 들으며 단연 리그 최고 평가를 받았다.
강혁은 "이번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 탈탁해서 정말 아쉽다"며 "26년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목표가 최고 선수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밝혔다.
최고의 순간으로는 삼성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2005~2006시즌을 꼽았다. 강혁은 "처음 프로에 왔을 때, 팀이 10~20점 이기고 있을 때나 뛸 수 있는 선수였는데 군대에 다녀와서 좋은 동료들과 함께 우승을 차지했던 순간이다. 가장 소중한 기억이다"고 설명했다.
2011년 6월에 자유계약(FA) 신분으로 삼성에서 전자랜드로 이적했지만 팬들에게 강혁은 전자랜드보다 삼성 선수라는 인식이 강했다. 10시즌이나 뛴 친정팀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영구결번을 제안한다면'이라는 질문에 강혁은 "영구결번은 한 팀에서 끝까지 훌륭한 선수로 업적을 남겼을 때,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전자랜드로 왔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에 남아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에서 한다고 해도 내가 싫고 지금 이대로 은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팀을 옮길 당시 상황도 새롭게 전했다. "솔직히 삼성에서 나올 때, 은퇴를 결심하고 나왔다. 가족들과 상의해서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유도훈 감독님께서 '농구선배로서, 형으로서 (강)혁이 네가 더 할 수 있을 것 같고 같이 해 보고 싶다'고 하셔서 전자랜드에 오게 됐다"며 "전자랜드는 제2의 농구를 펼칠 수 있게 해 준 은인이다. 2년 동안 농구를 더 알게 해 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강혁은 경기 종료 5초를 남기고 오른쪽 45도 지점에서 깨끗한 3점슛을 터뜨렸다. 선수 인생 마지막 득점이었다.
강혁은 "원래 공격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정)병국이가 볼을 주고 감독님께서 잡으라고 해서 슛을 던졌는데 기분 좋았다. 제2의 인생도 마지막 골처럼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강혁은 앞으로 모교인 삼일상고 농구부 코치로 부임해 지도자 인생을 걸을 예정이다. "내가 했던 스타일대로 많이 가르치고 싶다. 선수들을 멋지게 키워보고 싶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강혁의 몸상태와 플레이스타일을 볼 때, 향후 1~2년은 더 현역 생활을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보다 빠른 은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강혁은 "나 역시 올 시즌 초반에는 몸이 좋아서 앞으로 2년은 더 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부상을 당하고 몸이 아프고 하니까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지금 위치에서 떠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늘부터는 홀가분하게 잘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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