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부터 만루포 3방 터지며 4개 구장 54득점 쏟아져
한 이닝에 밀어내기로 3점 허용 등 맥빠진 플레이 속출
투수 제구력 떨어지고 신예 육성 더뎌 하향 평준화 우려

2013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막을 열었다. 3월30일 개막전부터 만루포 3방이 터지며 4개 구장에서 무려 54득점이 쏟아져나왔다. 역대 개막일 최다 득점(종전 2000년 52점) 신기록이었다. 점수만 보면 화끈한 개막전이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프로야구답지 않은 한심한 ‘동네야구’ 장면이 넘쳤다. 한화는 30일 롯데와의 개막전에서 한 이닝에 밀어내기로만 3점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끝내기 승리를 거둔 롯데도 6득점 중 적시타는 고작 1개였다.
이틀째인 31일 경기에서도 밀어내기 실점과 실책 등 맥빠진 플레이가 이어졌다. 개막 2연전 8경기에서 투수들의 4사구는 무려 88개(경기당 11개)였다. 지난 시즌 7.9개보다 훨씬 많다. 8경기에서 밀어내기 점수만 5점이 나왔다. 실책은 총 10개였지만, 기록되지 않는 실수는 더 많았다. 잘 던지고 잘 친 것이 아니라, 못 던지고 못 치는 가운데 실책과 실수가 보태졌다. 승리한 팀들의 팬들조차 환호보다는 한숨이 나올 만한 ‘저급(低級)야구’였다. 실망스런 경기력의 원인은 무엇일까.

▶ 만루에서 볼·볼·볼·볼

무엇보다 투수들의 제구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다. 만루 위기에서도 투수들은 볼을 남발하며 볼넷을 내주거나 치기 좋은 공을 던졌다. 사상 초유의 개막일 3개의 만루 홈런(두산 오재원 김현수, LG 정성훈)도 뒤집어 보면 투수의 제구력 부족 때문이었다. 30일 개막전 4경기에서만 투수들의 4사구는 총 50개(경기당 12.5개)에 달했다.
불안한 불펜도 각 팀의 걱정거리다. 넥센과 한화는 경기 후반 구원 투수들이 줄줄이 점수를 내줬다. SK도 정우람의 군 입대와 박희수의 부상으로 시즌 초반 구원진이 비상이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KIA도 불펜의 방화쇼로 넥센과 난타전을 벌였다.

▶ 치고 나오는 신예가 없다

선수층이 얇아지고 신예 육성이 더뎌 프로야구의 전체적인 수준이 하향 평준화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주역들이 여전히 각 팀의 중심 자리를 꿰차고 있다. 신인왕도 수년째 중고 신인의 몫이다. 세대교체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문학구장에서 개막 2연전을 펼친 SK와 LG는 각각 한동민 이명기와 문선재 정주현 등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을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각 팀이 신예들을 시험해보고 있지만 아직 기존 선수들을 위협할 만한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 세밀한 야구와 기본기 약화

초보 감독들이 넘쳐나면서 세밀한 야구가 사라지고 있다. 올 시즌에는 3년차 이하 감독이 5명이나 된다. 승부처에서 경기 흐름을 되돌리는 감각이나 작전, 투수교체 타이밍 등이 베테랑 사령탑에 비해 미치지 못하는 편이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감독들의 연륜이 부족해 보이더라”고 한마디했다.
개막 2연전에서도 투수들의 제구력, 야수들이 갖춰야할 기본기인 포구와 송구, 타자들의 희생번트 등 세기에서 부족한 장면이 자주 나왔다. 명품 수비가 자랑이었던 SK도 LG와 개막전에서 유격수 최윤석이 병살타성 타구를 놓치며 위기를 자초한 뒤 결국 밀어내기와 만루포로 역전패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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