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개막전. 경기 전 언론과 팀 관계자들에게 배포되는 출전 선수 명단에는 새로운 표식이 하나 생겼다. ‘23↓’라는 표시가 몇몇 선수들 이름 앞에 붙어있었다.
이는 23세 이하 선수라는 표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올해부터 선발 출전 선수와 교체 선수까지 총 18명 명단에 23세 이하 선수가 반드시 한 명 이상 포함되어야 한다는 규정을 시행한다. 이 때문에 각 구단이 제출한 명단에서 누가 이에 해당하는 선수인지 알리기 위해 23↓ 표식이 추가됐다.
전남의 선발 라인업은 그 덕분에 제주의 선발 라인업과 크게 대비됐다. 제주 선발 라인업에 23세 이하 선수가 한 명도 없었던 반면(후보 명단에 3명) 전남은 무려 7명의 23세 이하 선수가 선발 라인업을 채우고 있었다(교체 선수 포함 총 8명). 23세를 넘은 4명의 선수 중 박선용과 이현승은 각각 24세와 25세로 역시 젊은 축에 속한다. 팀 평균 연령은 26세가 되지 않았다. 그것도 42세의 김병지가 포함됐기 때문에 나온 계산이었다.
경기 전 만난 박경훈 제주 감독은 전남의 라인업을 보며 “전남이 어린 선수들이 많다. 전남, 포항, 울산이 초창기부터 유소년 육성에 투자해왔다. 어리지만 체계적 훈련을 받으며 자라서 기본기가 잘 돼있다. 상승세를 타면 폭발할 테니 잘 재워놔야 한다”라며 어린 선수들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박 감독이 U-17(17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맡던 시절 선발했던 임종은과 황도연에 대해서는 “내가 제주로 데려오고 싶었던 선수들이다. 차후 대표 선수가 될 잠재력이 있다”라고 칭찬했다.
하석주 전남 감독도 어린 선수들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 감독은 “아마 우리 팀이 K리그 클래식 14개 구단 중 가장 어린 팀일 것이다”라며 웃었다. 제주전서 전남은 젊은 선수들이 가지는 장점을 보였다. 에너지 넘치는 모습과 넘치는 투지는 분명 제주를 앞섰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어린 스쿼드가 갖는 이점은 시즌을 치르는 중에도 계속 발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페널티킥 실축 이후 곧바로 실점하는 모습이나 일방적 공세 속에서도 집중력 부족으로 결정적 찬스를 만들지 못한 것은 전남의 어린 선수들이 가진 단점이었다. 어린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흔들리기 쉽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선수들에게도 “축구는 자신과의 싸움이니 실수해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그 후에 나온 결과는 받아들이자고 한다”라며 어린 선수들이 안정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경험은 부족할지라도 전남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팀이다. 양립하고 있는 두 가지 측면 중 어느 쪽이 더 부각될지는 하 감독에게 달려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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