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하계올림픽부터 퇴출 결정이 내려진 레슬링이 수장마저 물러나면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라파엘 마르티네스(스위스) 국제레슬링연맹(FILA) 회장은 16일(한국시간) 태국 푸껫에서 열린 FILA 이사회에서 레슬링이 25개 올림픽 코어종목(Core Sports)에서 제외된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16일 기사에서 "레슬링의 올림픽 퇴출 결정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인 마르티네티 회장이 이사회의 불신임 투표를 거쳐 물러났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영국 공영방송 BBC 온라인판은 로디카 야크시(터키) FILA 이사의 말을 인용해 "마르티네티 회장이 스스로 물러났고 투표를 통해 네나드 라로비치(세르비아) 이사를 임시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로써 2002년부터 FILA를 이끌어온 마르티네티 회장은 11년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는 올림픽 퇴출이라는 결과를 받아들기 직전까지 이같은 움직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안일한 자세로 일관해오다 철퇴를 맞았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아직 레슬링의 올림픽 퇴출 결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책마련을 통해 잔류를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었지만 퇴진으로 인해 명예회복 할 기회마저 잃었다.
FILA는 16일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열어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장 퇴진으로 17일에도 계속 회의를 열기로 했다.
레슬링의 올림픽 재진입을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큰 틀에는 변함이 없지만 수장이 바뀐 만큼 접근 방식의 변화 등 궤도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원점에서부터 재논의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약속했던 신속한 대응은 다소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사회에서 현재까지 내린 결론은 오는 5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예정된 차기 IOC 집행위원회에서 발표할 프리젠테이션의 방향과 9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임시 총회를 개최한다는 것이 전부다.
지난 IOC 집행위원회에서 레슬링 퇴출에 찬성표를 던진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방안 등 구체적인 것들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 14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자크 로게(71) 위원장은 조만간 마르티네티 회장을 만나 레슬링의 구제방법을 논의하기로 약속한 상황이었다.
로게 위원장이 라로비치 임시 회장 체제의 FILA를 상대로 어떤 합의점을 도출해 낼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시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