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마지막은 최희섭(KIA 타이거즈)이다. KIA의 2013년도 연봉 재계약자 48명 가운데 유일한 미계약자다. 지난해에도 선수 등록 마감 기한을 앞두고 재계약을 맺었던 최희섭은 아직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
협상이 길어지고 있는 건 투수 서재응과는 다르다. 지난 시즌 선발 최다 이닝 무실점 기록(45이닝)을 세웠던 팀 내 투수 고과 1위였던 서재응이 연봉 인상폭을 놓고 테이블에 오래 앉아 있었다. 어찌 보면 ‘예비 FA’ 윤석민보다 더 어려웠던 서재응과의 연봉 협상은 최종 20.7%가 인상된 3억5000만 원에 마무리 됐다.
그러나 최희섭은 서재응과 다르게 인상폭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닌 삭감폭을 조금이라도 내리기 위해서다.
최희섭은 삭감 대상자다. 지난 시즌 팀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부상 탓에 80경기 출전에 그쳤으며, 타율 2할5푼2리 62안타 7홈런 42타점 50볼넷을 기록했다. 2011년(70경기 타율 2할8푼1리 68안타 9홈런 37타점 39볼넷)과 비교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KIA가 윤석민과 서재응, 김진우, 헨리 소사 등 막강한 선발진을 앞세워 가을 잔치 초대장 획득을 위한 사투를 벌일 때 최희섭은 없었다. 지난 8월 12일 롯데 자이언츠전을 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지난해 9월 중순 치루 수술을 해 재활 훈련에 매진했고, 최희섭이 없는 KIA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팀 기여도가 떨어지는 최희섭은 지난해보다 더욱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됐다. 지난해 백지위임을 했음에도 팀 훈련을 무단 이탈하면서 물의를 일으켰던 최희섭은 부진한 성적과 겹쳐 1억7000만 원에 재계약했다. 삭감폭이 50.7%로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삭감률이었다. 2007년 고국으로 돌아오면서 받았던 연봉(3억5000만 원)의 절반수준이다.
최희섭은 앞서 2차례(2009년, 2012년) 연봉이 삭감된 적이 있었다. 2009년의 경우, 맹활약하면서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 연봉을 100% 끌어올렸다. 하지만 2012년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의 연봉 그래프는 더욱 하강 곡선을 그리게 됐다. 최희섭은 올해 국내 프로야구 7년차 생활에 들어가는데 가장 몸값이 떨어진다.
초점은 최희섭의 삭감폭이 얼마나 되느냐다. 성적만 놓고 보면 삭감의 폭은 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간판타자라는 상징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존심도 어느 정도 세워줘야 한다. 지난해 같이 절반 가까이 줄지는 않아 억대 연봉을 유지할 가능성은 크겠으나, 매서운 칼바람을 피할 방도는 없다.

※최희섭의 국내 프로야구 복귀 후 시즌별 연봉

3억5000만 원(2007년)-3억5000만 원(2008년)-2억 원(2009년)-4억 원(2010년)-4억 원(2011년)-1억7000만 원(2012년)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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