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대(25·삼성전기)-고성현(26·김천시청) 콤비가 '2013 빅터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정상에 오르며 4연속 국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랭킹 10위 이-고 조(세계랭킹 10위)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마티아스 보에-카르스텐 모겐센(덴마크) 조에 2-1(19-21 21-13 21-10)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해 10월부터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이-고 조는 약 석 달 사이 5개 국제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특히 지난달 막을 내린 '화순 빅터코리아 그랑프리골드 국제배드민턴선수권대회'이후 부터는 4주 연속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이-고 조의 활약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이용대는 전 파트너 정재성(삼성전기)과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를 경험해봤고 고성현 역시 유연성(수원시청)과 짝(최고 랭킹 3위)을 이뤄 국제무대에서 굵직한 성적들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이-고 조가 이렇게 빨리 탄탄대로를 달리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이는 많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실력을 지녔다 하더라도 새로운 파트너와 팀을 꾸리게 된 이상 최소한의 '적응기'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용대는 "예상했던 것보다 세계랭킹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당사자들조차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이-고 조는 이번 코리아오픈을 통해 자신들이 승승장구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줬다.
세계랭킹 1·2위를 달리고 있는 보에-모겐센 조와 쿠킨키드-탄분헝(말레이시아) 조를 모두 침몰시키며 새로운 강자의 탄생을 알렸다.
지난해까지 한국 배드민턴 남자복식을 대표했던 이용대-정재성 조는 '기술'로 세계를 제패했다. 힘보다는 섬세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고성현은 정재성과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선수다. 정재성(168cm)보다 12cm가량 큰 신장을 앞세워 강력한 스매시를 구사한다.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고성현의 스매시는 장신인 유럽 선수들의 파워를 능가할 정도다.
단점도 있다. 고성현은 실수가 잦다. 흥분을 하거나 힘 조절에 실패할 경우 평이하게 넘어오는 공에서도 범실을 저지른다.
이 부분에서 이용대의 역할이 빛난다. 이용대의 가장 큰 무기는 침착함이다. 쉽게 흥분하지 않고 상대와의 심리전에서 절대로 밀리지 않는다.
보에-모겐센 조와의 코리아오픈 결승전에서도 흐름이 상대 쪽으로 넘어가거나 고성현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중간중간 경기를 끊으며 분위기 전환을 도모했다.
또 고성현이 약한 네트 플레이를 이용대가 보완해주며 확실하게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이용대가 높게 뜨는 공을 유도해내면 고성현이 여지없이 마무리를 짓는다. 힘과 기술을 모두 갖춘 '환상 조합'이 탄생한 것이다.
이용대는 "(고)성현이 형과 팀을 이룬 뒤 전체적으로 점수를 쉽게 따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성현이 형의 스매시가 강하다보니 수비하는 상대 선수들이 굉장히 까다로워 한다. 우리가 먼저 압박하며 공세를 펼치는 덕분에 최근에는 한 번에 3~4점씩 가져간다"고 새 파트너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고성현 역시 "예전에는 급하게 경기를 하다 보니 실수가 많았다. 연속 실수로 대량 실점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수비적인 부분을 (이)용대가 해결해주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실수가 줄었다. 경기 도중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게 서로 사인도 보내준다"고 말했다.
이-고 조가 타고난 재능만으로 지금의 성공 가도를 탄생시킨 것은 아니다. 상향평준화돼 있는 최상위권 선수들과의 경기를 위해 피나는 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고 조는 지난해 11월 열린 '2012 중국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결승전에서 보에-모겐센 조에 0-2(15-21 14-21) 완패를 당한 경험이 있다.
실전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치른 첫 번째 맞대결이었기에 그 경기 패배를 '부진'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자신감이 문제였다. 특히 고성현은 유연성과 팀을 꾸렸을 당시 보에-모겐센 조와의 상대 전적에서 6전 전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두 달여 만에 재대결을 하게 됐다. 연이은 국제대회 출전으로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고 조는 이기고 싶었다. 큰 키에서 나오는 보에(187cm)-모겐센(185cm) 조의 강스매시를 경계대상 1호로 설정하고 '맞춤형 특훈'을 실시했다.
이용대는 "보에-보겐센 조는 서비스가 좋다. 상대에게 혼란은 준다"며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들의 공격력이다. 위에서 내리 꽂는 스매시가 정말 남다르다"고 혀를 내둘렀다.
상대의 장점을 아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순 없었다.
이용대는 "보에-모겐센 조의 스매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다"며 "그래서 훈련할 때 특별한 방법을 썼다. 코치님이 높은 곳에 올라가서 있는 힘껏 공을 때렸고 우리는 최대한 허리를 숙여가며 그 공을 방어해냈다. 이 훈련이 실전에서 도움이 됐고 2세트 이후 상대의 공격을 막아낸 우리 쪽으로 흐름이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고성현도 "(유)연성이 형과 복식을 할 때 보에-모겐센 조에 전패를 당했다"며 "결승전에서 다시 만나게 돼 상당히 긴장됐다. 그래서 코치님께 얘기해 따로 연습을 많이 했다. 덕분에 이길 수 있었고 오늘 승리를 통해 다음에 만나면 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타고난 재능에 성실함까지 더한 이-고 콤비는 지난 10월 151위였던 세계랭킹을 불과 3개월 여 만에 10위까지 끌어올렸다. 이들이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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