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미 메이저리그(MLB)는 한국 팬들에게 어느 해보다도 많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포스팅비를 포함, 무려 6200만 달러(약 660억원)를 받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류현진(26·LA다저스)과 지난해 12월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한 추신수(31) 때문이다.
류현진과 추신수에게 2013시즌은 정말 중요한 한 해다. 류현진은 미국 진출 첫 해인 2013시즌 성적이 메이저리그 성공가능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추신수에게는 자신의 몸값을 확실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한 해이기도 하다.

▲'괴물투수' 류현진, 첫해 두자릿수 승수 가능할까

데뷔 첫 해인 2006년, 18승 6패 평균자책점 2.23의 놀라운 성적으로 프로야구 최초 신인왕과 MVP를 품에 안은 류현진은 '프로야구 첫 메이저리그 직행'이라는 또다른 기록을 남기며 미국 무대를 밟았다.
포스팅 비용으로만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0억원)을 받아낸 류현진은 '1000만 달러를 상회할 것'이라는 언론의 예상을 깨고 6년 3600만 달러(약 390억원)의 거액에 연봉 도장을 찍었다. 류현진은 이 과정에서 '마이너리그 강등' 조항을 삭제하기 위해 계약 종료 20초전까지 버티는 두둑한 배짱도 뽐냈다.
메이저리그 공식사이트 mlb.com은 류현진 입단을 2012년 다저스 5대 뉴스로 선정한데 이어 2013년 팀의 성적을 좌우할 10대 변수 중 하나로 꼽았다. 그만큼 미국 내에서도 류현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류현진의 올 시즌 성적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두자릿수 승수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직구구속이 메이저리그 정상급이라고 하기는 부족하지만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 예리한 체인지업 등이 미국 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친화력 강한 성격과 대담함 등도 성공을 예상하는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류현진이 막강한 다저스 마운드에서 계속 '선발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쉽지 않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최고의 좌완투수 클레이튼 커쇼(25)와 잭 그레인키(30), 조시 베켓(33), 채드 빌링슬리(29), 애런 하랑(35), 크리스 카푸아노(35), 테드 릴리(37) 등을 쟁쟁한 선수들을 선발 보유하고 있다. 베켓과 릴리를 제외한 5명의 선수는 모두 2012시즌 두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커쇼와 그레인키를 확실한 1·2 선발이라고 가정할 때 나머지 선수들과 치열한 3~5선발을 경쟁해야 하는 류현진으로서는 시즌 초반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거나 부진하다면 선발 등판 기회조차 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
2012시즌 어깨부상으로 8경기에 등판해 5승1패에 그쳤던 릴리의 부상복귀 소식도 류현진에게는 호재가 아니다. 릴리는 2003년부터 9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따낸 베테랑 선발투수로 두차례나 올스타에 선정됐다.
미국 현지 언론 역시 류현진에 대해 '느낌표'보다 '물음표' 혹은 '부정적'에 가까운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또한 한국 야구수준을 일본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하고 있는 부분도 류현진의 성공여부에 물음표가 달리는 이유 중 한 가지다.
미국 스포츠 전문지 'SB네이션'의 존 시켈스 기자는 "류현진은 '올해의 신인'은 커녕, 존재감 없는 제5선발이나 값비싼 실패작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mlb.com 역시 "대다수의 팀들은 류현진을 대단치 않게 생각하고 있으며 6200만 달러(약 660억원)의 값어치를 할지도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류현진은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에 외면을 받아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빼어난 재능과 단단한 정신력으로 단숨에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가 됐다.
류현진이 아직 자신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다시 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또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신시내티로 이적한 추신수, '중견수' 적응이 변수

2011시즌 부상과 음주파동으로 8홈런 36타점 타율0.259로 부진했던 추신수는 2012시즌 155경기에 출장해 16홈런 67타점 타율 0.283을 기록,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2012시즌을 후회없이 보낸 추신수는 지난해 12월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의 강팀 '신시내티'로 이적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신시내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이 참여해 9명의 선수가 오고간 대형 삼각트레이드였다.
추신수의 이적은 공격력에서 특히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시내티는 2012시즌 선두타자들의 통합 타율은 0.208에 불과했으며 출루율 역시 0.254로 부진했다. 반면 지난해 99경기에서 톱타자로 나섰던 추신수는 타율 0.310, 출루율 0.389로 활발하게 공격의 물꼬를 트며 '1번 스타일'을 과시했다.
스포츠 전문매체인 블리처리포트 역시 추신수가 가세한 신시내티 타선을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가장 강하다고 평가했다. 추신수로서도 후방지원을 받아 더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기 기회이기도 하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좌완 선발투수가 적다는 점도 추신수에게는 커다란 이득이다. mlb.com의 각 구단 홈페이지 '뎁스 차트(Depth Chart)'를 보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만이 2명의 좌완 선발을 보유했을 뿐 나머지(밀워키 브루어스, 시카고 컵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1명뿐이고 이마저도 5~6선발급이다.
2012시즌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는 타율 0.327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왼손투수에게는 타율 0.199에 그친 추신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식이다.
문제는 생소한 중견수 수비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대부분 우익수로 뛰었지만 신시내티는 제이 브루스와 라이언 루드윅이 각각 붙박이 우익수와 좌익수를 맡고 있기 때문에 중견수를 맡을 수밖에 없다.
mlb.com 역시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10차례만 중견수를 맡았고 2009년 이후로는 (중견수로)출전한 적도 없다"고 의문을 제기하며 "추신수가 수비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공격 능력이 상쇄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한편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다년간 쌓인 자료를 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성적을 예측)'의 권위자로 꼽히는 빌 제임스는 추신수가 2013시즌에 16홈런 80득점 18도루 타율 0.283의 무난한 활약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