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긍긍하던 지동원(22)의 임대가 결정됐다. 앞서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이 썼던 임대 신화의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아우크스부르크는 2일 새벽(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지동원의 임대 영입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메디컬 테스트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아우크스부르크 식구가 됐음을 밝혔다.
이로써 선더랜드에서의 악몽 같던 1년 6개월의 시간은 마무리됐다. 지동원은 지난 2011년 6월 여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한국인 8호 프리미어리거'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경기를 뛴 시간보다 벤치에 앉아있던 시간이 훨씬 길었다. 지동원은 지난 시즌 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해 총 21경기를 소화했다. 그중 선발 출전은 2회에 그쳤고 나머지는 전부 교체 출전이었다.
지난 2011년 9월 첼시와의 2011~2012시즌 EPL 4라운드 경기에서 데뷔 골을 터뜨릴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당시 지동원은 강호 첼시를 상대로 한국인의 매운맛을 보여줬다.
그러나 자신감은 오래 가지 못했다. 벤치를 지키던 시간이 늘었고 자신을 영입했던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경질되면서 불행은 절정에 달했다.
새로 부임한 마틴 오닐 감독은 지동원을 '유망주'이기는 하지만 성장이 더 필요하다며 기회를 주지 않았다. 지동원은 이번 시즌은 단 한 경기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결정된 아우크스부르크 임대는 환영할 만한 하다.
경기 감각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만큼 당장에 주전 자리는 차지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동원은 6개월 이상 1군 경기를 경험하지 못했다. 자신의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아우크스부르크의 선수층이 얇은 것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공격자원이 많지 않다.
4골을 기록하며 팀내 최다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샤샤 묄더스(28)가 붙박이 원톱으로 뛰는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선수가 없다. 측면 미드필더로 3골을 넣고 있는 토비아스 베르너(28)가 그 다음으로의 화력을 자랑할 정도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묄더스를 받치고 있는 구자철(24)은 2골로 뒤를 잇고 있다.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쓰는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지동원은 측면 공격 자원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베르너가 3골로 분전하고 있지만 오른쪽 측면의 밀란 페트르 젤라(30)의 기대 이하의 활약에 공격형 미드필더인 구자철이 오른쪽을 자주 오가고 있다.
지동원이 측면을 도맡아 준다면 구자철이 원래 자리로 돌아오면서 안정적인 전술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슈테판 로이터 아우크스부르크 단장도 지동원의 다양한 활용법에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지동원은 다양한 공격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지동원은 새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와 운명을 같이 한다. 아우크스부르크는 17라운드가 지난 현재 17위에 머무르고 있다.
1승6무10패(승점 9)로 최하위인 그루이터퓌르트(1승6무10패·승점 9)에 골득실에 앞서 1계단 위에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18일부터 재개되는 후반기 리그에서 대반전을 이끈다면 강등권 탈출을 바라볼 수 있다.
강등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는 16위(호펜하임)와는 승점 3점이 뒤져 있다. 잔류할 수 있는 15위 볼프스부르크(5승4무8패·승점 19)와의 격차는 많이 벌어졌지만 리그 잔류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17경기에 12골을 넣는데 그친 극심한 골 가뭄만 해소된다면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
지동원의 영입에 많은 팀의 명운이 걸려 있다. 앞서 볼프스부르크에서 임대돼 아우크스부르크의 잔류를 이끈 구자철의 '임대 신화'를 이제는 지동원이 이어 받을 때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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