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많이 따라야하지만 꼭 한 번은 해 보고 싶다."
지난 2011년 10월 KIA 윤석민이 꿈의 20승 도전에 실패한 뒤 했던 말이다. 당시 윤석민은 무섭게 승 수를 쌓아 올렸지만, 시즌 17승에 머물렀다.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 방어율 탈삼진)을 포함한 4관왕을 차지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20승이라는 더 큰 목표를 이루지 못해 살짝 아쉬운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단 9승(8패 방어율 3.12)에 그쳐 '에이스'로서의 자존심마저 무너졌다. 올해가 끝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민의 2013시즌이 남다른 이유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KIA의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하고, 2011년을 능가하는 성적을 내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시즌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꿈의 20승 사냥에 성공한 뒤 당당히 빅리그 무대를 밟는 것이다. 토종 20승 투수는 1999년 현대 정민태 이후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윤석민은 최근 2~3년과는 달리 올해 목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성공과 실패를 한 번씩 맛본터라 "구체적인 목표를 얘기하는 것보다 매 경기 내 공을 던질 수 있는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내 공을 던지다보면 승도 따라오지 않겠는가. 승리는 운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20승을 따내려면 승운이 따라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올해는 도전해 볼 만 하다는 것이다. 선 감독은 "9구단 체제가 되면서 경기 일정이 들쑥날쑥해졌다. 강력한 원투펀치를 보유한 팀이 유리하다. 다르게 말하면, 이들의 등판 횟수가 많다는 뜻이고 자연스레 승수를 쌓을 기회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시즌을)해봐야 알겠지만, 윤석민 정도의 투수라면 20승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9구단 체제라는 기형적인 시스템 때문에 나흘가량 쉬고 경기를 해야하는 경우가 불가피하다. 일요일 등판 후 나흘휴식을 취한 뒤 금요일 경기에 다시 등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27번 가량 선발등판을 했다면, 올해는 30번까지도 가능하다. 선 감독은 "타자들은 매일 경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어려울 수 있지만, 투수들은 다르다.경기가 없는 기간에 컨디션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선발투수들은 기본적으로 자기만의 컨디션 조절 노하우가 있다. 외국인선수들을 포함해 각 구단 에이스급 투수들이 올해 20승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팀 순위경쟁뿐만 아니라 다승싸움도 팬들의 눈길을 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수는 있다. 장마와 태풍 등으로 장기간 경기를 못할 경우 투구 밸런스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윤석민은 장마 때 등판간격이 들쑥날쑥하면서 몸이 무거워져 제 공을 던지지 못한 경험이 있다. 휴식일과 이동일, 장마 등으로 열흘 가량 경기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윤석민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첫번째 FA출신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윤석민이 20승 사냥에 성공한 뒤 당당히 빅리그에 입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