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통령' 허재(47)가 감독 인생에서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프로농구 전주 KCC를 이끌고 있는 허 감독은 25일 홈에서 서울 삼성에 지면서 21패째를 기록했다. 2012-2013 시즌이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KCC는 3승에 그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승리한 꼴이다. KCC는 부동의 꼴찌다.
허 감독은 2005년 5월 KCC 지휘봉을 잡은 후 7시즌 동안 2번의 우승, 1번의 준우승을 일궈냈다. 한 시즌을 제외하고는 전부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유일한 오점이 2006-2007 시즌 꼴찌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 상황이 더 안 좋다. 2006-2007 시즌 3라운드 후반에는 8승16패로, 지금보다 승률이 높았다.
요즘 허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실에 들어오면 정적이 흐른다. 허 감독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먼 산만 쳐다보다 "우리가 못해서 졌다. 할 말이 없네"라고 허탈하게 웃으며 자리를 뜬다. 그래도 시즌 초반에는 "젊은 애들이라 아직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 "경기 초반에는 다들 열심히 하지 않았나", "조금씩 느는 게 보인다" 등 희망을 보였다. 전자랜드에서 이한권(34·197㎝)을 데려오면서 분위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이한권인 체력이 바닥난 고참 임재현(35·182㎝)을 대신해 젊은 선수들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즌 초 8연패에 이어 또 6연패에 빠졌다. 선수를 더 보강할 계획은 없다. 그나마 우승 멤버였던 강병현(27·193㎝)이 제대해 2월부터 뛰는 게 희망이다. 허 감독은 "강병현이 오면 확실히 좋아진다"면서도 "강병현이 뛰는 경기는 20경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강병현이 와도 탈꼴찌는 요원하다는 뜻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프로농구 사상 최악의 팀이었던 1998-99시즌 꼴찌 대구 오리온스보다 낮은 승률을 기록할지 모른다. 오리온스는 32연패를 당하며 3승42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54경기로 바뀐 후의 최악의 성적인 2005-2006시즌 인천 전자랜드의 8승46패의 기록을 깰 수도 있다.
허 감독은 요즘 프로농구 중계를 보며 머리를 식힌다고 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순위 싸움을 하는 터라 다른 팀 경기를 속 편하게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관중 입장으로 시청하고 있다. 허 감독은 "꼴찌라 누가 이겨도 상관없어서 재미있게 보고 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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