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달라졌다. 대화와 칭찬이 줄을 잇자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연초 팀 이탈파문을 시작으로 트레이드 실패, 백의종군, 부상 등 말그대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최희섭은 선동열 감독과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나누며 눈물까지 흘렸다. 올시즌 보이지 않던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사이의 신뢰가 형성되기 시작해 '팀 워크'라는 전력이 쌓이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45일 간의 마무리 캠프의 화두는 '힐링'이었다. 부상에서 회복한 이범호 김상현 최희섭 등이 마무리훈련을 자처했고, 서재응 윤석민 등 선발진도 11월 초까지 마무리훈련을 소화했다. 종아리 근육통 등으로 캠프에 참가하지 못한 김진우는 광주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혹독한 겨울나기를 단행했다. KIA 관계자는 "캠프 분위기는 스프링캠프를 방불케 했다. 다만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훈련에 참여했고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많이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시즌 성적이 기대 이하면, 캠프 분위기가 싸늘할 수밖에 없다. 체력이 떨어진 선수들은 훈련시간 자체가 곤욕이고, 성적이 떨어져 속이 상한 코칭스태프는 이런 선수들이 못마땅해 그 나름대로 불만이 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KIA의 마무리캠프는 이런 부분이 말끔히 사라졌다. 우선 선동열 감독이 먼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선수단과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이순철 수석코치와 김용달 타격코치도 선수들을 지도할 때마다 대화를 나누며 훈련 내용에 대한 선수들의 이해를 도왔다. 윤석민은 "힘은 들었지만,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선수들끼리 '창피해서라도 올 겨울 혹독하게 보내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통산 10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타이거즈의 명성이 올해 완전히 무너졌다는 게 선수들의 생각이다. 타이거즈의 왕조를 이끈 선 감독이 부임했지만,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김상현은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훈련을 많이하고 몸상태가 좋아도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고 강조했다.
육체적 상처 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 선수들도 있다. KIA 한 관계자는 "최희섭이 선 감독을 찾아가 그간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눈물을 흘리기도 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었다. 감독님도 슬럼프에 빠졌을 때 어떻게 올라왔는지, 힘들거나 외로울 때 어떻게 극복했는지 얘기를 해주며 마음을 터놨다. 이번 캠프에서 상당히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털어놨다.
마무리캠프는 끝났지만, 선수들은 혹독한 12월을 보낼 예정이다. 힐링을 통해 '소통'을 시작한 타이거즈가 V11을 향한 힘찬 걸음을 시작했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