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 안개비, 가랑비, 단비, 약비, 우레비, 장대비. 아름다운 순우리말이자 비를 지칭하는 다양한 이름들이다. 우리나라는 비가 많이 오는 편이라 비에 대하여 시기와 양에 따라 구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름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가 산악지형이기 때문에 강수가 변화무쌍하다. 연도별, 계절별, 지역별로 강수량 차이가 심해 장마, 홍수 등의 피해를 자주 입는 편이다. 또 여름철에 발생하는 장마와 태풍으로 연강수량의 약 60%가 여름철인 6~9월에 집중되어 내리고 있다.
특히 영산강 유역은 형상이 부채모양으로 하천바닥의 경사가 완만하고 구불구불 휘어져 있어 물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이 때문에  주변농지는 해마다 홍수와 가뭄 피해를 거듭 겪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왔다.
과거 영산강은 감조하천으로 조수의 영향을 많이 받아 영산포 일대까지 만조시마다 농경지에 하천이 넘쳐 논과 밭이 잠기는 홍수피해가 컸다.
이런 피해를 막고자 1970년 영산강 유역에 대단위농업개발사업이 단계적으로 시작되었고, 지역민들의 숙원사업인 담양, 장성, 광주, 나주댐 등 대규모 댐과 하구둑을 건설하고 담수호를 조성하여 바다로 하염없이 흘려버리던 수자원을 확보하며 간척농지를 조성했다. 이를 기초로 1980년대부터는 영암, 금호방조제 건설을 추진함으로써 가뭄 상습지역의 재해예방과 국토확장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최근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가뭄과 홍수의 빈도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분석과 함께 실제로 우리는 104년만의 가뭄과 연이은 겹태풍, 집중호우 등의 이상기후 현상을 올 한해 전부 겪었다.
남도의 젖줄인 영산강은 유역 내 홍수조절능력을 가지는 다목적댐이 없어 홍수시 댐에 의한 담수 능력이 작아 홍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단순 제방 축조와 같은 1차원적 대응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때문에 상류부 지천에 홍수 때 범람한 물을 다스릴 수 있는 저수지 조성이 급선무다. 저수지는 비가 많이 오게 되면 홍수조절역할을 하고 갈수기에는 물을 방류해 하천생태계를 보존하고 유지할 수 있는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에는 환경측면에서 신규 저수지 조성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상황에 하천의 수질개선, 생태하천 복원과 영산강 유역 노후 수리시설 재정비를 동시에 이뤄내기란 상당히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다행히 이 세 가지를 절묘하게 이뤄내고 있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농업용 저수지 둑을 높여 물그릇을 키워 담수 능력을 키우고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30년 전 축조한 영산강 하구둑의 수문을 확장해 배수량을 증가시키고 영산호와 영암호를 잇는 연락수로의 둑을 확장해 배수능력을 키우는 사업이 부지런히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물이 맑아지면서 영산강의 생태계가 건강해지고 있으며, 아름다운 수변공간을 따라 맑은 물이 흐르고 강변 저수지나 홍수조절지 등 크고 작은 습지의 발달로 영산강 주변 생태환경이 되살아 날 것으로 기대된다.
저수지 둑 높이기사업과 영산강하구둑 구조개선사업 지구 내에 생태공원, 친수공원 등을 조성하여 교육체험 시설로 활용하고, 자연형수로식 어도에는 어도관람시설과 어류 및 조류 관찰데크를 설치한다고 한다.
그리고 하천주변 지역을 친수공간의 매력을 높이고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는 문화ㆍ관광ㆍ레저ㆍ교육 등의 기능을 두루 갖춘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특히, 영산강하구둑 옆 공간에는 랜드마크 타워와 광장이 들어설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과 전남도에서 지속적으로 건의되어 왔던 영암호 통선문 설치를 통해 영산강 뱃길을 복원 등 수변공간을 적극 활용한 새로운 관광명소로 거듭남으로써 전남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예로부터 모든 문명은 강을 따라 이뤄졌고 우리 남도는 영산강이 그 중심이었다. 굳이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가 아니더라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갖가지 이상기후 현상들은 물을 우리 삶의 중심자원으로 들여놓았다. 영산강이 잠시 제 기능을 잃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되살아난 영산강에서 우리 남도도 되살아 날 것이다. 영산강과 함께 하는 우리 남도민의 삶, 영산강의 무한 변신과 새로운 물길을 우리 모두 지금 응원해야 할 때이다.

전남발전연구원장
 이 건 철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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