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온 김시진 감독이 "선수 때 못 한 것을 감독으로 보여드리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 감독은 14일 오전 11시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취임식을 갖고 사령탑으로서의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
이날 취임식에는 장병수 사장과 배재후 단장, 선수단 및 구단 직원들이 참석했다. 일본 돗토리로 재활훈련을 떠난 정대현, 김사율, 송승준, 김성배, 이승호, 최대성 등 투수진과 FA 협상 중인 홍성흔, 김주찬은 불참했다.
김 감독이 롯데 유니폼을 입은 것은 꼭 20년 만이다. 현역 시절 최고의 투수로 명성을 떨쳤던 김 감독은 1990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롯데로 트레이드 됐다. 하지만 어깨가 고장 난 그는 3년 간 9승15패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고 결국 1992년을 끝으로 마운드를 떠났다.
수장으로 롯데에 복귀한 김 감독은 "선수 시절 롯데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많이 못 보여줬다. 이제는 감독으로 보여드려야 한다. 임무가 막중한 것 같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투수 출신인 만큼 마운드 재건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특히 선발진 꾸리기와 2군 발굴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 감독은 "롯데를 보니 몇몇 선수가 선발진에 고정이 안 되더라. 선발 자원을 넉넉하게 만들어서 그 선수들이 고정적으로 던질 수 있게 하겠다"며 "2군의 젊은 선수들에게도 눈을 돌릴 것이다. 2군이 1군과 큰 차이가 없어야 팀이 강해질 수 있다. 타격은 타격코치와 충분히 이야기 하고 나는 투수에 좀 더 치중할 생각"이라고 구상을 공개했다.
FA 자격을 획득한 김주찬, 홍성흔에 대해서는 무조건 잡겠다는 입장이다. 팀의 핵심 전력인 만큼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구단에 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전력이 빠져 나가는 것을 보고 싶은 감독은 아무도 없다"고 말문을 연 김 감독은 "상견례 때 FA 선수들과 악수하면서 '난 너하고 꼭 같이 하고 싶다'는 말을 건넸다. 팬들도 원하고 구단도 잡으려 노력 중이다.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며 기대했다.
외국인 선수 선발은 백지상태에서 시작할 계획이다. 쉐인 유먼, 라이언 사도스키 등 기존 선수들의 재계약은 물론 새로운 선수 영입도 가능하다. 김 감독은 "시간이 좀 남았으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진하겠다. 테두리에는 기존 2명의 선수도 있고 다른 선수도 있다"고 말을 아꼈다.
박흥식 타격코치 영입 과정의 뒷이야기도 소개했다. 박 코치의 영입에는 김 감독이 직접 나섰다. 김 감독과 박 코치는 넥센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김 감독은 "감독을 맡기로 결정한 뒤 박흥식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좀 도와달라고 했다. 본인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고 웃었다.
김시진 체제로 새 출발을 선언한 롯데는 이날 오후 첫 공식훈련으로 내년 시즌 대비에 돌입한다.
김 감독은 "우승이라는 목표는 늘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 그 부분은 조금 뒤로 미루고 당장 오늘부터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땀을 많이 흘리겠다. 경기에서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9회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은 약속드린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취임식에 참석한 장병수 사장은 선수들에게 "김 감독은 오랜 지도자 경력을 갖추고 계신 분이다. 그래서 우리가 모신 것이다. 김 감독을 중심으로 늦가을과 겨울에 씨앗을 뿌려야 4월부터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독려했다.
이어 "팬들은 20년 간 엄청난 인내심으로 기대했는데 올해도 그 기대를 저버렸다. 이 부분을 깊게 생각하고 내년도를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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