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삼성화재의 레오가 '쿠바 특급' 대결에서 먼저 웃었다.
레오(22)가 이끈 삼성화재는 6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NH농협 2012~2013시즌 V-리그 LIG손해보험과의 원정 경기에서 3-1(25-27 25-13 25-19 25-20)로 역전승했다.
지난 3일 KEPCO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승리한 삼성화재는 2연승으로 이번 시즌을 가볍게 출발했다.
삼성화재의 이번 LIG손해보험전은 '쿠바 출신' 두 외국인선수와의 맞대결로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삼성화재 레오의 실력은 개막전에서 베일을 벗었지만 올 시즌 최대어로 꼽히는 LIG손해보험의 까메호(26)는 공식석상에 첫 모습을 보이는 무대였기 때문이다.
첫 대결에서 당초 예상을 깨고 삼성화재의 레오가 판정승을 거뒀다. 36점을 기록한 레오는 18점에 그친 까메호에게 정확히 두 배 많은 득점을 올렸다. 레오는 득점 뿐 아니라 모든 지표에서 까메호에 앞섰다.
레오는 36점을 올리는 동안 공격점유율 55.5%에 성공률 49.2%를 기록했다. 전위 공격은 총 40개를 시도해 21차례 성공(성공률 52.5%)시켰고 후위 공격은 21개의 시도 끝에 9개를 득점(성공률 42.8%)으로 연결했다.
오픈공격은 31개를 시도해 12개 성공(39%)했지만 퀵오픈 공격과 시간차 공격은 각각 4개와 5개로 이들 모두를 꽂아넣으며 100%의 순도 높은 성공률을 자랑했다.
반면 18점을 기록한 까메호는 점유율과 성공률에 있어 모두 레오에게 밀렸다. 33.%의 공격점유율에 35.3%의 성공률을 보였다. 23개의 전위공격 중 득점으로 연결한 것은 10개(성공률 43.47%)에 그쳤다.
까메호는 이날 11개의 후위 공격을 시도했지만 코트에 떨어진 것은 고작 2개 뿐(18.18%)이었다.
LIG손해보험은 개막 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화재에서 뛰었던 가빈의 뒤를 잇는 특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고 알려지면서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다.
외국인 선수의 공격 의존도가 50%를 넘는 것이 국내 상황임을 고려할 때 까메호를 얻은 LIG손해보험이 우승 후보로 꼽히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쿠바 국가대표 출신 까메호는 청소년대표팀 출신의 레오에 비해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26살의 까메호는 선수 나이로 전성기에 접어든 반면 레오는 22살에 불과해 아직 멀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당초 예상과는 판이하게 나왔다. 36점-18점이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레오의 압승이었다.
두 선수의 공격 스타일은 달랐다. 206㎝에 102㎏에 달하는 까메호는 파워에서는 레오(206㎝·84㎏)에 앞섰지만 높이 면에서는 오히려 레오가 더 좋았다.
까메호는 힘을 바탕으로 해 돌려치는 기술이 좋은 반면 레오는 가볍게 날아올라 빠른 스윙으로 상대 블로커를 따돌렸다. 탄력을 이용해 가볍게 때려내는 후위공격은 오히려 레오가 더 좋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LIG손해보험은 까메호를 활용하는 법을 몰랐다. 김영래와 이효동 두 명의 세터를 번갈아 투입해봐도 까메호의 입맛에 맞는 공은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다.
지난 시즌 초반 팀의 공격을 책임지던 밀란 페피치(28·보스니아)를 일찍 돌려보낸 뒤 거의 한 시즌을 국내 선수로만 꾸려왔던 LIG손해보험이다. 세터가 외국인 선수와 호흡 맞추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더욱이 팀의 주전 세터인 이효동(23)과 김영래(31)는 각각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에서 옮겨왔다.
이에 반해 유광우의 맞춤형 토스를 받은 레오는 세터와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유광우는 개막전에서 "레오가 가빈과 높이가 크게 다르지 않아 토스에 어려움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이번 한 경기 결과를 갖고 섣불리 올 시즌 전체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까메호 못지 않게 레오의 실력이 만만치 않음이 드러났음은 분명하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시즌 홈 개막전에서 패하자 LIG손해보험은 적잖게 당황한 눈치다.
구단 관계자는 "이경석 감독님이 미디어데이 때부터 까메호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에 부담을 많이 느꼈다. 자칫하면 분위기가 들뜰까봐 우려했다"며 "아직은 까메호의 몸 상태가 100% 올라온 것은 아니다. 세터와의 호흡, 리시브 불안만 해결되면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대어를 품에 안았다는 생각에 들떴던 이경석(51) LIG손해보험 감독은 까메호를 앞세운 첫 경기에서 지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