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용병' 가빈 슈미트(VC이스크라오딘트소보)가 빠진 국내 프로배구판에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새 시즌을 앞둔 각 팀 감독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9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콘벤션센터 파인룸에서 NH농협 2012~2013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시즌까지 7개 구단이 참가했던 남자 배구는 올 시즌 상무신협이 빠진 6개 구단 체제로 운영된다. 자연스레 준플레이오프도 폐지됐다. 각 팀들의 세대교체, 연고지 이동, 감독의 변화, 새로운 용병 영입 등 세부적인 요소들도 변했다.
하지만 새 시즌 가장 큰 변수는 역시 가빈의 부재다. 3시즌(2009~2012시즌) 동안 삼성화재의 우승을 이끌었던 가빈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러시아리그로 이적했다.
'가빈만 아니면'을 외쳐왔던 각 팀 감독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기회를 맞았다. 각자의 가슴 속에 '우승'이라는 두 글자를 지니고 있었다.
지난 시즌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던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항상 우승이다"며 "(가빈이 없는 상황에서)우승을 하기 위해 비시즌 동안 선수들이 많은 땀을 흘렸다. 팬들을 위해서도 꼭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경석 LIG손해보험 감독은 "가빈이 빠졌지만 삼성화재에는 신치용 감독의 지도력이 있다. 방심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지난해 꼴등을 했다. 이제 올라가는 길밖에 없다. 최선을 다해 연습해온 만큼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새로운 강자로 등극할 뜻을 내비췄다
'영원한 우승후보' 현대캐피탈의 하종화 감독은 "그동안 삼성화재의 우승을 이끌었던 가빈이 빠졌지만 삼성의 컬러와 응집력은 그대로다"며 "하지만 우리 역시 올해 물러설 수 없는 경기를 펼칠 것이다. 갈 길은 험하고 멀겠지만 높이 날아서 만리를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타 구단 감독들의 집중 공격을 받은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가빈이 없어서 약체로 평가받고 있지만)우리는 5년 전부터 4등 후보였다. 그런데 계속 우승하고 있다"며 "올 시즌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다. 우리가 몇 년 동안 우승을 해온 만큼 견제가 많은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명장다운 여유로움을 드러냈다.
많은 변화가 생긴 새 시즌, 각 팀 감독들이 꼽은 우승 후보 1순위(본인팀 제외) 팀은 지난해 꼴찌팀 LIG였다. 대한항공, 삼성화재, KEPCO의 수장들이 LIG의 우승을 점쳤다.
신춘삼 KEPCO 감독은 "올해 우승은 LIG다. 왜냐 하면 준비 과정이 너무 좋았다"며 "정말 열심히 해왔다. 기대치가 높다, 선수와 감독의 정성이 모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새로운 라이벌 팀으로 러시앤캐시와 KEPCO가 대두됐다. 최하위 자리를 벗어나기 위한 양팀 감독들의 입심 대결이 볼만했다.
신 KEPCO 감독이 포문을 열었다. 꼴찌팀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다른 팀은 몰라도 우리가 러시앤캐시는 이기겠다. 라이벌이다. 꼴찌는 러시앤캐시가 할 것 같다"고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베테랑 김호철 러시앤캐시 감독도 지지않았다. 김 감독은 "사실 꼴찌는 우리를 꼽아야 한다. 돈이 없다. 선수들이 운동하는데 있어 불편한 점이 많다"며 "KEPCO가 자꾸 힘들다고 엄살을 피우는데 우리보다 돈도 많다. 하지만 만약 꼴찌팀을 꼽으라면 라이벌인 KEPCO를 꼽겠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2012~2013시즌 V-리그는 오는 3일 삼성화재와 KEPCO의 대전 개막전을 시작으로 5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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