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공식화해온 김 지사는 '5말6초 초단기 장미대선'이 현실화되면서 일단 '신중 모드'로 전환했다. 당내 경선일정과 경선룰, 후보군 등 레이스 전반에 대한 숙고에 들어갔다.
야권 내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분위기 속에 예비경선(컷오프) 통과 가능성 등 예상 성적표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명분 있는 출구전략도 고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6일 지역정가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 4일, 윤석열 파면 관련 대도민 담화문을 발표한 뒤 대선 출마를 묻는 질문에 "민주당 경선 일정이 곧 발표된다. 어떤 분들이 경선에 나올 지 잘 지켜보고 도민들의 의견을 더 잘 듣고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5월 말이나 6월 초 대선을 앞두고 경선후보가 7명 이상일 경우 4월 중순 컷오프와 권역별 순회경선을 거쳐 이르면 4월 말, 늦어도 5월 초 본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예비경선이 없을 경우 본경선은 4월16∼27일까지, 2017년 19대 대선처럼 호남, 충청, 영남, 수도권·강원·제주로 나눠 4개 권역별 경선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경선룰은 2022년 대선처럼 권리당원, 국민선거인단에게 1인 1표를 준 뒤 이를 합산하는 국민참여경선(세미프라이머리)을 검토중인 가운데 비이재명계 등은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을 원해 진통이 예상된다.
후보군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윤석열 파면과 사법리스트 극복으로 1극 체제를 굳힌 이재명 대표, 이 대표 대항마로 거론되는 비명계 신(新) 3김,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우선 거론된다.
5일 야권 첫 테이프를 끊은 김두관 전 의원, '원조 친노' 이광재 전 강원지사, 부산 전략카드로 거론되는 전재수 의원도 잠룡으로 분류된다. '올림픽 꿈'에 부푼 전북에서는 전북정치 자강론과 함께 김관영 전북지사, 노동운동가 출신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호남 대표주자론'을 표방해온 김영록 지사 입장에선 고민하고 살펴봐야 지점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선배 도지사'들의 발자취도 간과할 수 없다. 전남지사의 대선 도전은 박준영, 이낙연 전 지사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모두 재직 중 도전이나, 앞선 두 지사는 중도 포기했다.
박준영 전 지사는 2012년 대선 당내 경선에 뛰어 들어 1차 컷오프는 통과했으나 순회 경선 과정서 사퇴했다. 생각했던 것 만큼 지지율이 나오지 않고, 지사직을 유지하면서 경선에 참가하기에 부담도 컸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낙연 전 지사는 2016년 10월 대권도전을 시사했다가 두 달 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역 정가에선 "빠듯한 일정에 '어대명' 분위기로 싱거운 경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재명 추대식'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마당에 인지도가 낮은 김 지사 입장에선 호남 대결집이나 '김영록 돌풍' 등 반전카드가 있지 않는 한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지사의 성적표는 호남 정치의 위상과도 연결될 수 있어 정치적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도지사 3선 교두보로 보는 시각도 간과할 순 없다.
출마 결심을 굳힌 지난 2월 "해보고 후회하더라도 해야지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것은 (애당초) 하지 말아야 한다", "특정 후보와의 연대 없이 끝까지 완주할 각오"라고 밝힌 바 있어 완주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적진 않다.
호남 대망론 아래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지, 컷오프 통과 후 중도사퇴할 지, 예비경선에서 낙마할 지, 아예 불출마할 지 다양한 경우의 수가 언급되는 가운데 김 지사는 이르면 다음주초, 늦어도 주중에는 대선 출마 로드맵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오는 8일 예정됐던 실국 정책회의를 15일로 늦추고, 10일 영광, 17일 곡성에서 가질 예정이던 정책비전투어도 대선 이후로 연기해둔 상태다. 조기 대선 날짜는 오는 8일 정례 국무회의에서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부취재본부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