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 불 꺼주고 도어록까지 '손실보상'…작년 1억 달해
지난달 광주서 한밤중 화재…출입문 비용 소방에 청구
민원탓 소방활동 위축 우려 "결국 손해 보는 건 시민들"
김수권 기자입력 : 2025. 02. 24(월) 20:24
지난달 11일 오전 2시52분께 광주 북구 신안동 4층짜리 빌라 2층 한 세대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에 의해 30분 만에 꺼졌다. 사진은 불이 시작된 세대 내부. (사진 = 광주 북부소방서 제공)
불이 난 건물을 수색하다 출입문을 파손한 소방서에 주민들이 배상을 요구한 소식이 전해졌다. 소방활동 중 발생한 손실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는 건 법으로 보장된 권한이지만, 자칫 현장 소방관들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광주북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오전 2시52분께 광주 북구 신안동 4층짜리 빌라 2층 세대에서 불이 났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세대별로 문을 두드리며 주민 5명을 밖으로 대피시켰다. 하지만 2~4층 6세대는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었다.

이에 소방관들은 현관문을 강제로 개방했다. 새벽 시간 잠 들어있거나, 아직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과정에서 잠금장치(도어록)와 현관문이 파손됐고, 800만원에 달하는 배상 비용이 발생했다.

이후 주민들은 현관문을 부순 소방서에 배상을 요구했다. 불이 처음 났던 세대의 집주인이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데다, 화재로 사망하면서 구상 청구 등의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방서 측은 난처한 입장이다.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입하는 행정배상 책임보험이 있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현장에서 활동한 소방관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 게 아니라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또 이럴 때를 위해 준비해 놓은 시 소방본부 예산이 1000만원 있지만, 이번 화재만으로 1년 예산의 상당 부분을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인명 구조 중 발생한 손실을 소방서에 청구한 주민들에게 공분을 표출했다. A씨는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며 "이렇게 되면 소방관들이 불을 꺼주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소방기본법을 보면, 소방 활동 중 발생한 강제처분으로 손실을 본 경우 소방청장 또는 시·도지사는 손실보상심의위원회의 심사·의결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강제처분은 사람을 구출하거나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물건이나 토지, 차량 등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소방 활동 중 발생한 손실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긴 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소방관들의 구조 활동이 위축될 경우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시민들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소방청에 따르면, 손실보상 지급 사례는 ▲2022년 64건 4313만원 ▲2023년 104건 8648만원 ▲2024년 98건 1억58만원으로 최근 3년간 매년 증가했다. 이 중 대부분은 문 개방에 따른 출입문, 도어록에 대한 비용이다. 문을 한번 열 때마다 7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민원을 우려한 소방관들이 적극적인 구조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국민"이라며 "잘못 없는 손해에 대해선 소방이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민원 부담으로) 소방관들이 현장 판단이 늦어지면 요구조자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며 "문을 개방하거나 차를 견인하는 등 법으론 보장되는 소방 활동도 향후 감찰에서 적절성을 따질 수 있어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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