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1년, 한계 맞는 상급종합병원…"지역의료 위기"
광주 전공의 370여명 공백에 인력난, '번아웃' 위기
전남대·조선대병원 중증 위주 필수의료 중심 운영
수술실·병상가동률 '뚝'…응급실도 운영 파행 우려
임형택 기자입력 : 2025. 02. 19(수) 16:01
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1년을 맞았다. 의정 간 입장차가 큰 데다 탄핵정국까지 맞물리면서 대치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의대생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의료 일선을 떠난 지 1년째, 광주 지역 상급종합병원의 비상진료 체제 운영조차 한계로 치닫고 있다.

19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1년 전인 지난해 2월19일부터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 집단 사직한 전공의는 전남대병원 225명, 조선대병원 107명에 이른다. 기독병원 등 다른 2차 의료기관급 수련병원 사직 전공의까지 더하면 370명을 훌쩍 넘는다.

지난 1년 사이 그나마 일선 의료에서 한 축을 담당하던 전임의들마저 의정 갈등 여파 속에서 수련 중단, 개업 등을 이유로 재임용을 포기했다.

각 병원마다 일선에 남은 전문의(교수), 일부 전임의·전공의와 간호사 등 진료 보조 인력으로 비상진료 체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위태로운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인턴·레지던트부터 일반의조차 극히 일부를 충원하는 데 그치면서 인력난이 장기화되면서 의료진의 '번아웃' 피로 누적이 심각하다.

지역 상급종합병원은 전공의 이탈·사직 사태 이후 응급·위중증 환자 위주 효율적인 인력 배치로 비상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현재까지 응급 입원환자가 비교적 적은 성형외과·비뇨기과 등 병동을 4개 이상 폐쇄하고, 해당 의료진을 응급실과 중환자실, 심혈관내과 등 필수 의료 분야에 재배치했다.

조선대병원도 내과 계열 병동을 통폐합 운영, 응급실·수술실과 응급환자가 많은 진료과 위주로 인력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필수의료 기능에만 집중하는 고육지책에도 불구, 각 병원이 의정 갈등 이전처럼 본래 기능을 하기는 쉽지 않다.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모두 지난해부터 각 병원 내 수술실 10여 곳 중 상당수를 운영하지 않는 등 예년보다도 수술 건수를 줄였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의정 갈등 이전보다 수술실·병상 가동률이 3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대병원 역시 수술실 운영 실적이 최근 다소 개선됐으나 전공의 이탈 전보다 병상·수술실 가동률 감소세가 확연하다.

특히 환자 생명이 오가는 중요한 응급 수술에서 필수적인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대다수가 이탈한 데다, 기존 마취과 전문의들의 피로 누적도 심각하다.

이제는 응급실 운영마저 힘에 부치는 실정이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현재까지 응급실을 24시간 연중 무휴 운영하고 있다. 일선을 지키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전문간호사들의 헌신 덕택이라고 의료계는 전했다.

두 병원 응급실 모두위중증 환자 위주로 수용하고, 비응급 환자는 2차 의료기관 전원 조치를 통해 과부하를 최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대로 가다가는 최근 세종충남대병원처럼 응급실 단축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달 말 재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전임의들이 병원을 떠날 경우 위기는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정난도 심각하다. 응급 위중증 환자의 치료·수술에만 인력을 집중 투입하면서 병원 수익으로 직결되는 외래 진료·병동 운영은 크게 줄어든 여파다. 더욱이 잔류 의료진의 근무시간이 길어지면서 인건비 부담도 날로 늘고 있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지난 한 해동안 재정 적자 677억여 원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조선대병원 역시 전남대병원 만큼 누적 적자액이 크지는 않지만, 매달 적자가 쌓이고 있어 전망이 밝지 만은 않다.

당장 의정갈등이 해결 실마리를 찾는다 해도, 지역 의료에 미칠 악영향은 오래도록 남는다.

사직 전공의 중 다수가 수련 과정을 포기하고 일반의로서 의원급 의료기관에 재취업하고 있는데 지역 쏠림 현상이 확연하다. 전국에서 의원급 재취업한 사직 전공의 3023명 중 998명(33%)은 서울에서 일하고 있다. 경기도까지 통틀어 수도권 의원에 재취업한 사직 전공의는 60.4%에 달한다.

사직 전공의 59명만이 광주 소재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의대 동맹휴학마저 장기화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 출구를 찾지 못한다면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전남 지역 의료 소외는 더 악화될 전망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현 인력 여건 상 상급종합병원은 생사가 달린 환자들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의료진을 꼭 필요한 진료과 중심으로 재편해 버티는 수 밖에 없다. 2차 의료기관이 일부 역할을 분담한다 해도, 의료진 숙련도나 진료 장비가 없어 타 지역 의료기관 전원도 종종 바랭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는 만큼, 전향적인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형택 기자

ihonam@naver.com

임형택 기자 / iho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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