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항선에 있는 수십억원 상당의 해상용 벙커C유(해상유)를 몰래 빼돌려 팔아온 선장과 운전기사 등 일당 수십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벙커C유를 절취해 불법 유통·판매한 일당 36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업무상 횡령, 석유사업법 위반,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중 벙커C유 절취책 선장 A씨와 운반책 탱크로리 기사 B씨, 보관책 불법저장소 운영자 C씨 등 3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이 사건을 지난 4일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이들은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평택·인천항에 정박해 있는 외항선을 대상으로 벙커C유를 빼돌리거나 주문량대로 전량 주유하지 않는 수법으로 총 133회에 걸쳐 224만 리터(ℓ)를 절취 및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벙커C유는 외항선 선박에 공급되는 기름으로, 이들이 육상으로 빼돌린 양만 18억7000만원 상당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4월 '평택항에서 파주시에 있는 불법 저장소로 기름을 빼돌려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먼저 경찰은 평택항 인근의 기름 공급 장소 주변을 한국석유관리원과 합동으로 잠복하고, 평택항에서부터 불법 저장소가 위치해 있는 파주시까지 차량을 추적했다.

아울러 불법 저장소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와 요금소 통과 내역 등을 분석해 범행장면을 확인한 뒤 급유선 및 불법 저장소 등 5곳에 대한 압수수색, 계좌 10여개 추적, 탱크토리 차량 이동내역 1000여건 분석 등을 진행했다.

이후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동안 A씨 등 피의자 36명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이와 함께 파주 저장소에 보관된 4만9000ℓ 상당의 벙커C유를 압수하고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했다.

경찰은 한국석유관리원에 해상 벙커C유의 육상 유통이 대기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문제에 대해 통보하는 한편, 해상유 불법유통에 따른 세금 탈루행위에 대해 관할 세무서에 고발 조치했다.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불법적인 연료 절취·유통 및 장물 처분 행위 등에 대해 엄정하게 사법처리 할 예정"이라며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했다.

오유나 기자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