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습격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가운데, 당적을 둘러싼 논란도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경찰이 여야 중앙당에서 확보한 당원 명부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정당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조항은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만든 것으로, 스스로 만든 법을 국회가 '패싱'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이 피의자 김모(67)씨의 당적을 공개하지 못하는 건 정당법 24조 4항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범죄 수사를 위한 당원명부의 조사에는 법관이 발부하는 영장이 있어야 한다. 이 경우 조사에 관여한 관계 공무원은 당원명부에 관하여 지득한 사실을 누설하지 못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같은 법 58조는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경찰은 이 법에 따라 지난 3일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국민의힘과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그러나 야당은 경찰이 '당원명부 누설 금지' 조항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거의 사문화된 조항"이라며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있어서 결정적 단서다.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이제 공개를 안 하면 안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관련 법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임의대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당법 24조 4항(개정 당시 3항)은 지난 2005년 정당법 전부개정안에 신설된 내용이다. 법 개정을 주도한 건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설치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로, 이강래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국회는 국민의 거센 개혁 요구에 맞닥뜨린 상황이었다.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이 2004년 초 불거졌고, 검찰 수사에서 노무현 캠프의 정치자금 의혹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회는 2004년 '돈 안 드는 투명한 선거'를 골자로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정당법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2001년 발의한 법을 바탕으로 해 '오세훈법'으로 불린다.

이후 이듬해 문제의 '24조 4항(개정 당시 3항)'이 포함된 정당법 전면개정까지 감행했다.

당시 사정에 정통한 국회 관계자는 "오세훈법의 연장선상으로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정당법도 전면개정 했었다"며 "당적 공개 금지 조항은 당시 참고했던 해외 입법례에서 따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당원 명부를 갖고 있는 여야가 자체적으로 피의자의 당적을 밝히면 된다고 지적한다.

민주당 당대표 정치테러대책위원회는 전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찾아 "경찰이 정당법 때문에 당적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하는데, 본인이 동의하면 공개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취재진이 "당적은 민주당이 공개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전현희 위원장은 "내일 수사 결과 발표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대책위 차원에서 법적 검토를 거쳐 대응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이 법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한 뒤 직접 피의자 김씨의 당적을 밝힐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이 대표 피습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