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치안 중심 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형사기동대를 부활시켜 형사들을 범죄 예방 활동에 투입할 예정인 가운데, 일각에선 수사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흉기 난동 등 강력범죄를 방지한다는 형사기동대 출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순찰보다 '범죄 즉각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일선 경찰서 강력팀 600명과 시도청 강력범죄수사대 인력 700명을 차출해 1300여명 규모의 권역별 형사기동대(16개대)를 꾸린다. 각 시·도경찰청의 강력범죄수사대를 확대 개편하는 것으로, 올해 정기인사에 맞춰 형사기동대가 출범될 예정이다.

기존 형사 활동이 사후 검거·수사 위주였다면, 형사기동대는 예방 형사 활동 비중을 높였다. 유흥업소 주변 등 우범지역에 순찰 인원을 투입해 범죄 분위기를 제압하고 조직범죄·집단범죄 등에도 대응하게 된다.

이는 지난해 흉기 난동 등 잇단 흉악범죄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범죄 예방' 중심의 형사 활동을 하기 위한 것이다. 형사기동대는 신설되는 기동순찰대(2600명)와 함께 예방 순찰 업무에 투입된다.

그러나 경찰 안팎에서는 증원 없는 인력 재배치는 수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력팀의 주요 업무인 인지·기획 수사 기능은 약화하고 지휘 체계 혼선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 노조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정녕 필요한 증원이 아니라 그동안 노력한 수사 능력 향상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제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강력범죄수사대 폐지 등은 수사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찰 내부에서는 강력팀 형사들의 순찰 업무가 유동적으로 운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렇게 되면 조직과 이름, 수사 장소만 바뀌었을 뿐 기존 체제의 재탕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상동기 범죄는 잡힐 줄 알면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일종의 확신범이기 때문에 순찰을 강화한다고 해서 범행 동기를 억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있는 인원을 빼서 새로 조직하면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형사기동대의 주된 역할이 '범죄 예방'보다는 '범죄 즉각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출동 및 검거, 현행범 체포, 기획수사, 인지수사, 범죄수사 등 범죄 발생 시 이전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방향으로 개선된다면 형사기동대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범인을 잡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순찰을 돌리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하다"며 "형사기동대를 구성했다면 범죄 예방 기능보다는 군대의 '기동타격대' 성격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범죄, 조직폭력범죄, 이상동기 범죄 등 강력 범죄가 발생했을 때 출동 및 현행범 체포 등 수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형사기동대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