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가 퍼지는 철새 도래지부터 철저히 소독해 확산을 막아야죠."

올 겨울 전남 지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처음 발생한 지 1주째인 11일 오전, 철새 도래지인 영암군 미암면 영암호 일대.

지난 4, 6일 고흥·무안 가금류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되면서 영산강 줄기 철새 월동지 인근 서해안벨트(영암·나주·무안·함평)의 닭·오리 사육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남도는 AI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철새 도래지와 소하천·가금류 농가 일대를 방역하고 있다. 철새 분비물에 오염된 차량이 농가와 접촉하는 것을 차단한다.

영암호 주변 농경지에도 '철새 도래지 출입금지'라고 적은 팻말을 세웠다. 입구 바닥에는 소독을 위한 하얀 생석회가루도 뿌려져 있다.

논에서는 오리와 기러기가 무리를 지어 논에 떨어진 볍씨를 주워 먹었다. 호숫가와 농경지 도로 곳곳에서는 조류 배설물이 눈에 띄었다.

전신 방호복과 장화를 착용한 방역 관계자는 소독액을 담은 탱크를 점검한 뒤 차량에 올랐다.

방역 차량은 철새들의 길목인 영암호와 농경지 사이를 오가며 뿌연 소독제를 내뿜었다. 방역자는 철새가 군집한 장소에 소독제를 집중 분사했다. 인기척에 놀란 오리들은 이 논에서 저 논으로 옮겨 다녔다.

방역 차량은 철새 도래지인 영암호 인근 미암면 호포·신포·마산리 근처 50㎞를 하루 2차례 돌며 소독제 6000ℓ를 뿌리고 있다.

오리농가들은 AI 확산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전영옥 한국오리협회 광주전남도지회장은 "농가들은 내부와 주변 논·밭에 하루 2차례 소독을 하고 있다"면서도 "방역을 철저히 한다 해도 외부 요인이나 방문 접촉으로 AI가 확산하는 경우도 있어 막막하기만 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남의 닭·오리·메추리 사육 농장은 564곳(2만6295마리)이다. 이 가운데 나주·영암·무안·함평의 가금류 농장은 277곳(1만4704)으로, 전남 가금류 농장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변용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