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을 앓으며 구치소에 수감된 수용자의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교정시설 의료체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달 30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의료거실·치료거실 기능과 운영방식을 명확히 규정할 것 ▲의무관의 책임치료 보장 ▲인적·물적시설 확충 ▲만성질환 등에 관한 특별 중점 의료관리 체계 구축 등을 권고했다고 1일 밝혔다.

A구치소장에게는 ▲의무관과 간호인력 보충 ▲의료시설 목적에 적합한 치료시설 운영 ▲정자세 유지 요구 등 업무 관행 기선 등을 요청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간경화·당뇨·고혈압을 앓고 있던 수용자 B씨는 입소 후 건강상태가 악화돼 교도관에게 진료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화장실에서 혼절해 외부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A구치소는 이후에도 B씨의 질병을 치료·관리하지 않았고, B씨는 건강이 악화돼 형집행정지를 받은 당일 결국 사망했다.

이에 유족은 복합 만성질환자인 고인의 치료 요청을 무시하고 질병에 대해 주기적으로 치료 및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해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A구치소는 B씨가 입소 전부터 간경화 등 병력이 있어 의무관 진료 15회, 병원 응급진료 1회, 외래 진료 2회, 외부 혈액검사 4회를 실시해 경과를 관찰했고, 수시 혈당 체크와 진료로 인슐린 투여량을 조절하는 등 적극적인 의료행위를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A구치소 치료시설 등이 역할과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치료시설 응급벨이 의무관실이 아닌 상황실로 연결되는 등 환자 특성별로 그에 합당한 응급 처치 등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당뇨병으로 왼쪽 눈의 시력을 잃은 만성합병증 환자 B씨를 평소 정자세로 앉아 있게 해 좌측 복사뼈에 염증이 생기게 했다는 측면에서 B씨의 의료 접근권,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와 건강권 등이 침해됐다고 봤다.

이에 A구치소장은 법무부 '수용자 의료관리지침'에 따라 자체 순회 진료 계획을 수립해야 했지만, 의무관 인력 등을 이유로 2020년부터 3년여간 이를 방치했다고도 지적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구치소 치료시설 내 부실한 의료관리 체계가 피해자 사망에 최소한 어느 정도는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구치소의 치료시설이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을 권고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