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급 직장인의 자녀 돌봄 시간이 1시간 증가할수록 퇴사 가능성도 11%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구 내 돌봄·가사 업무 분담과 정책적 부담 완화 조치가 병행돼야 출산이 반등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3일 안서연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23 여성관리자패널조사 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할 '미취학 아동 가구 직장 관리자의 근속, 이직, 이탈에 영향을 주는 요인 연구: 돌봄 노동 부담을 중심으로' 논문을 보면 돌봄·가사와 퇴직 가능성에 유의미한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관리자 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해 배우자가 있는 남녀 관리자 5760명을 대상으로 했다. 여기엔 미취학 아동을 둔 남녀 관리자 1703명도 포함돼있다.

조사 대상의 평균 연령은 44.35세였으며 85.36%가 남성이었고, 미취학 아동 가구의 남자 관리자 비율은 87.06%로 나타나 남성 비율이 훨씬 더 높았다.

일주일 간 본인의 돌봄 노동 시간은 13.19시간이었고 미취학 아동을 둔 남녀 관리자의 돌봄 노동 시간은 22시간이었다. 배우자의 돌봄 시간은 각각 23.66시간, 25.83시간으로 더 길었다.

안 부연구위원은 "남성의 비율이 여성보다 높은 데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돌봄 시간과 퇴사 가능성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미취학 아동 가구의 관리자의 경우 돌봄 시간이 1시간 증가할수록 퇴사 가능성이 11% 늘었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돌봄 부담은 돌봄 시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돌봄 부담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 대비 근속 확률에 비해 퇴사 가능성이 4.83배 높았다.

반면 배우자의 돌봄 시간이 1시간 증가할 경우 퇴사 가능성은 5%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본인이 가사 노동 시간에 1시간을 더 사용할수록 퇴사 가능성이 11% 낮아졌다.

안 부연구위원은 "직업 만족도를 포함한 사업체 특성은 근속 확률에 비해 이직이나 퇴사 가능성에 통계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개인의 돌봄 노동 시간과 돌봄 노동에 대한 주관적인 부담감은 퇴사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맞벌이 부부들은 부부 사이의 노동 시간, 돌봄 시간 그리고 가사 노동 시간이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여성의 경제 진출은 양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돌봄과 가사 등에서 여성의 부담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6일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는 전체 유배우자 가구 중 46.1%인 584만6000가구에 달하는데 평균 가사 노동 시간은 2019년 여성 기준 3시간7분으로, 남성 54분보다 2시간13분 더 많았다.

돌봄·가사 노동의 불평등은 여성의 경력 단절을 불러오는데, 실제로 경력 단절 여성은 139만7000명으로 이중 42.8%가 육아, 26.3%가 결혼, 22.7%가 임신·출산을 이유로 일을 그만뒀다. 이 때문에 남녀간 평균 근속 년수는 8.2년 차이가 나고, 임금 수준도 여성은 남성의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안 부연구위원은 "여성의 자녀 돌봄 시간의 총량과 부담이 가구 내에서 적절하게 분담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외부의 사회경제적 자원의 활용으로 부담 수준이 적절하게 낮춰지지 않는다면, 출산의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오는 14일 오후 서울 전경련타워에서 '2023 여성관리자패널조사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선 안 부연구위원의 연구를 포함한 6개 연구 자료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다.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이번 학술심포지엄을 통해 논의되는 내용들이 여성 인력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성평등한 노동 시장 조성과 여성의 경제적 참여 확대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