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언장담했던 포부는 꿈에 불과했다. KIA 타이거즈 아도니스 메디나(27)가 씁쓸하게 호랑이굴을 떠났다.

KIA는 올 시즌 새 얼굴 메디나와 손을 잡고 출발했다. 숀 앤더슨-양현종-메디나-이의리로 구성된 선발진에 큰 기대를 걸었다.

메디나는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구사하는 우완 파이어볼러였다. KIA는 메디나의 직구 구위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화구, 안정적인 제구에도 매력을 느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여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메디나는 구위로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했고 제구도 불안정했다. 여기에 위기에서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듯한 모습도 종종 보였다. 4월 4경기에서 2차례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으나 나머지 2경기에서 범한 7실점, 5실점이 뼈아팠다.

KIA는 반등을 기다렸지만 메디나의 들쑥날쑥한 투구가 이어졌다. 5월 들어서도 반전은 없었고 평균자책점 5.75를 남겼다. 심각한 기복을 보인 메디나는 KIA의 고민거리로 전락했다.

결국 신뢰를 잃었다. 메디나는 지난달 첫 등판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했으나 갈수록 이닝 소화가 줄어들었다. 마지막 3경기에서 총 9⅔이닝밖에 던지지 못한 메디나는 지난달 2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2군 강등은 이별을 의미했다. 메디나는 퓨처스리그 경기에 기용되지 않았다.

메디나의 지속적인 난조는 KIA에 치명타였다. 메디나가 등판한 12경기에서 4승 수확에 그쳤다. 외국인 투수의 효과를 누리지 못한 KIA는 추락을 거듭했고 30승 1무 38패를 기록, 9위까지 떨어졌다. 칼을 뽑아야 했던 KIA는 지난 4일 메디나를 방출했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메디나는 당시 인터뷰에서 15승과 180이닝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2023시즌 메디나의 최종 성적은 12경기 2승 6패 평균자책점 6.05, 책임진 이닝은 58이닝에 불과했다. 원대한 목표와 괴리감이 느껴지는 결과물이다. 메디나는 KBO리그 데뷔 약 3개월 만에 초라하게 퇴장했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