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김 "60년전 데뷔했을 때만큼 설레고 떨리네요"
'영원한 디바'·'원조 한류스타'
지난 7일 KBS 2TV '불후의 명곡 - 아티스트 패티 김' 녹화 참여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등 대표곡 가창…여전히 생생
2013년 10월 은퇴 콘서트 이후 첫 무대
지난 7일 KBS 2TV '불후의 명곡 - 아티스트 패티 김' 녹화 참여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등 대표곡 가창…여전히 생생
2013년 10월 은퇴 콘서트 이후 첫 무대
입력 : 2022. 11. 14(월) 16:09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
은빛 만년설을 닮은 성성한 백발이 비결일까. 은퇴 이후에도 패티 김(84·김혜자)의 가수 역량은 전혀 녹지 않았다.
국내 '원조 디바'이자 '영원한 디바'로 통하는 패티 김이 은퇴 약 9년 만에 공개석상에서 노래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진행된 KBS 2TV 노래 경연 예능 '불후의 명곡 - 아티스트 패티 김' 녹화 무대에 오른 패티 김의 목소리는 지금도 고혹적이었고, 태도와 패션 감각은 여전히 근사했다. 여든 살이 훌쩍 넘었는데, 세월의 흔적은 유독 그녀만 비껴가는 듯했다.
무대 전면을 가린 흰 천막에 패티 김의 실루엣이 등장할 때부터 객석은 설렘으로 수런거렸다. 이날 오프닝 무대에서 대표곡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부르면서 등장한 패티 김은 낙타색(駱駝色) 옷을 입고 있었다. 노래 분위기와 의상은 물론 무르익은 그녀의 모습은 성숙·결실을 상징하는 가을의 의인화였다. 무대는 황금빛 가을 들녘을 연상케 했다.
당연히 나이 탓에 예전만큼 고음(高音)은 나오지 않았지만 대신 연륜에서 묻어나는 고고(孤高)한 음(音)이 있었다. 노래하면서 때론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종종 두 손을 꼭 맞잡았으며 마지막엔 양팔을 양쪽으로 힘껏 벌렸다. "멋있다" "카리스마 넘친다" 등의 반응이 객석에서 잇따라 터져나왔다.
패티 김은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부른 직후 "감사합니다.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라고 운을 뗐다. "여러분이 저를 그리워하신 만큼 저도 여러분들이 많이 보고 싶었고"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무대가 그리웠고 노래 부르고 싶었던 건 사실입니다. 10년 만에 '불후의 명곡'을 비롯 다시 무대에 서니 60년 전 데뷔했을 때만큼 설레고 떨리고 긴장되고 흥분되고 행복합니다. 대단히 감사해요.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라면서 웃었다.
'불후의 명곡' MC인 신동엽이 꽃다발을 들고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며 다시 무대에 선 걸 축하하자 그러면 "볼 뽀뽀"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10년 만에 다시 '불후의 명곡'을 찾으니 자신이 모르는 얼굴이 많아졌다는 패티 김은 "누가 노래를 잘하느냐 못하느냐 따지는 경쟁의 자리가 아니에요. 여기에 나오는 가수들은 기본적으로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이잖아요"라면서 "60년, 50년, 40년 전 제 노래가 어떻게 편곡이 됐을 지 궁금하다"고 했다.
패티김이 무대에 오른 건 지난 2013년 10월2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펼친 은퇴 콘서트 '굿바이 패티-패티김, 그녀가 부르는 마지막 노래' 이후 처음이다. 방송 출연 역시 2012년 9월부터 2013년 2월까지 방송돼 패티김의 음악인생 55년을 정리했던 JTBC '패티김쇼' 이후 약 9년9개월 만이다. '불후의 명곡'엔 2012년 3월 이후 약 10년8개월 만에 다시 출연하게 됐다.
패티김의 '불후의 명곡' 녹화 당일부터 온라인을 달궜다. 그녀가 호피 무늬 스카프·청바지·흰 스니커즈 차림으로 녹화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다수의 연예 매체가 담았는데 그것이 소셜 미디어에 퍼지면서 MZ세대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번 '불후의 명곡' 패티 김 특집은 오는 26일, 12월 3·10일까지 총 3주간 방송한다. 3주 편성은 2018년 조용필(72) 편 이후 두 번째다. 과거 '패티김 쇼'에서 패티김과 인연을 맺기도 한 MC 신동엽은 "히트곡이 많아야 가능한 편성"이라고 말했다.
은퇴를 한 패티김을 섭외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패티김 무대를 그리워한 팬들과 후배들을 위해 박민정 CP를 비롯 제작진이 오랜기간 노력한 결과다. 패티 김 역시 후배들을 위해 큰 결심을 하고 이번 방송에 출연했다.
덕분에 패티 김의 노래를 재해석한 14팀의 출연진도 쟁쟁하다. 박기영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옥주현 '사랑은 생명의 꽃', 빅마마 박민혜 '초우', 스테파니&왁씨 '서울의 찬가', 황치열 '못잊어', 서제이 '빛과 그림자', 억스 '사랑은 영원히', 김기태 '이별', 포레스텔라 '사랑의 맹세', 조명섭 '사랑이여 다시 한 번', DKZ '그대 없이는 못 살아', 이병찬 '가시나무 새',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 '서울의 모정', 첫사랑(CSR) '사랑이란 두 글자' 등의 무대가 마련됐다.
가수들의 다양한 편곡이 길을 끌었다. 그 중 박기영은 패티 김에게서 미국 '솔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을 떠올렸다며 스탠더드 팝인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근사한 복고 풍의 R&B 솔 팝으로 편곡했다. 패티 김은 국내 서구적인 고급스런 터치를 녹인 스탠더드 팝을 꽃 피운 개척자다. 패티 김은 우아하고 감상적인 노래로 '왈츠의 여왕'으로 불린 미국 가수 패티 페이지의 이름을 활동명으로 삼았다.
패티 김은 이날 후배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들이 부른 곡마다 얽은 사연과 추억을 들려줬다. 국내 전설적인 작곡가 박춘석으로부터 곡을 받아 1962년 발표한 '초우' 관련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우연히 가수가 된 이후 보이프렌드가 없었다. 남자친구보다 노래가 중요했다"고 말해 객석의 환호를 끌어내기도 했다. 박기영은 지난 2010년 2월 미국 팝 디바 휘트니 휴스턴의 첫 내한공연이자 마지막 공연 당시 휴스턴이 객석 맨 앞줄에 앉아 있던 패티 김에게 악수를 청했던 현장에 있었다는 인연을 전하기도 했다.
17세 동갑내기 멤버들로 구성된 첫사랑 무대엔 자신의 첫 손자 나이와 같다며 "모두 입양하고 싶을 정도로 어쩜 그렇게 귀엽냐"며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이날 객석엔 약 520명이 앉는 게 가능한데, 방청 경쟁 신청률도 평소보다 월등히 높았다. 제작진에 따르면, 평소 방청 경쟁 신청률은 8~9대 1 수준인데 이번엔 18대 1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엔 3부로 제작돼 평소 월요일 저녁에만 진행하던 녹화 스케줄을 같은 날 낮에도 추가했는데, 방청 신청자들은 이런 부분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객석엔 중장년층만 있지 않았다. DKZ·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등 아이돌 출연으로 10대 팬들도 신청했지만 엄마와 딸, 며느리와 시어머니 등 가족 단위 관객도 많았고 말 그대로 남녀노소였다. 의자가 아닌 계단에 앉아 방청을 하는 인원들도 꽤 많았다. 이태원 참사 여파로 녹화가 한주 밀렸음에도 방청을 포기한 이들이 거의 없었다는 전언이다. 패티 김이 가수들을 지켜볼 수 있는 자리는 객석 한 가운데에 있었는데, 팬들을 향해 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등 녹화 틈틈이 팬들과 적극 소통했다.
패티 김은 늘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 원조 한류스타다. 1958년 8월 만 스무살의 나이로 미8군 무대에서 데뷔했다. 당시 '린다 김'이라는 이름으로 '단장의 미아리 고개'로 잘 알려진 가수 이해연과 듀엣무대에서 첫 곡으로 패티 페이지의 노래 '테네시 월츠'를 불렀다. 이듬해 패티김이라는 이름으로 나섰다. 첫 무대에서 '틸, 파드레'를 부르면서 패티김의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168㎝의 늘씬한 키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군인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1960년 광복 이후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초청한 한국 가수로 NHK에 출연했다. 1962년에는 한국 가요계 최초로 '리사이틀'이라는 타이틀로 공연, 성공했다. 1963년 미국으로 진출, NBC '자니 카슨의 투나잇쇼'에 출연했다. 1966년에는 한국 첫 창작 뮤지컬로 통하는 '살짝이 옵서예'의 주연을 맡았다. 1967년 국내 처음으로 개인 이름을 내세운 방송프로그램 '패티김 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1978년 대중가수로서는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섰다. 1989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과 2000년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무대 역시 국내 대중가수로는 처음 밟은 것이었다.
이후 50년이 넘도록 줄곧 현역으로 활약하며 '서울의 찬가'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초우' '그대 없이는 못 살아' '사랑은 영원히' '사랑은 생명을 남기고' 등의 히트곡을 남겼다. 첫사랑 멤버들은 "패티 김 선생님은 K팝 해외 진출의 길을 개척해주신 분이라고 들었다"면서 "저희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패티김 선생님 덕분"이라고 했다.
패티 김은 "옛날에는 트럭 타고 위문 공연을 다니기도 했다"면서 "여의도에 공항이 있을 때 일본에 가기도 했는데 후배들이 잘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패티김은 이날 녹화 2부에선 '9월의 노래', 3부 녹화에선 '이별'을 직접 불렀다. 녹화 마지막엔 패티 김과 출연진들이 '서울의 찬가'를 다 함께 합창했다. 가수 이선희는 자신의 예정됐던 무대가 따로 없었음에도 이날 녹화 현장을 찾아 선배를 응원하고 예우를 다했다.
패티 김은 이후 따로 예정된 무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불후의 명곡'은 팬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였다. 하지만 일흔이 넘은 지난 2011년 미국 방문 중 로스앤젤레스 인근 실마르 플라이파크에서 행글라이딩에 도전, 비행에 성공하기도 했던 그녀이기에 또 다른 깜짝 도전이 성사될 수도 있다. 그런 기대를 불러 일으킬 만큼 패티 김은 여전히 젊었다.
은빛 만년설을 닮은 성성한 백발이 비결일까. 은퇴 이후에도 패티 김(84·김혜자)의 가수 역량은 전혀 녹지 않았다.
국내 '원조 디바'이자 '영원한 디바'로 통하는 패티 김이 은퇴 약 9년 만에 공개석상에서 노래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진행된 KBS 2TV 노래 경연 예능 '불후의 명곡 - 아티스트 패티 김' 녹화 무대에 오른 패티 김의 목소리는 지금도 고혹적이었고, 태도와 패션 감각은 여전히 근사했다. 여든 살이 훌쩍 넘었는데, 세월의 흔적은 유독 그녀만 비껴가는 듯했다.
무대 전면을 가린 흰 천막에 패티 김의 실루엣이 등장할 때부터 객석은 설렘으로 수런거렸다. 이날 오프닝 무대에서 대표곡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부르면서 등장한 패티 김은 낙타색(駱駝色) 옷을 입고 있었다. 노래 분위기와 의상은 물론 무르익은 그녀의 모습은 성숙·결실을 상징하는 가을의 의인화였다. 무대는 황금빛 가을 들녘을 연상케 했다.
당연히 나이 탓에 예전만큼 고음(高音)은 나오지 않았지만 대신 연륜에서 묻어나는 고고(孤高)한 음(音)이 있었다. 노래하면서 때론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종종 두 손을 꼭 맞잡았으며 마지막엔 양팔을 양쪽으로 힘껏 벌렸다. "멋있다" "카리스마 넘친다" 등의 반응이 객석에서 잇따라 터져나왔다.
패티 김은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부른 직후 "감사합니다.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라고 운을 뗐다. "여러분이 저를 그리워하신 만큼 저도 여러분들이 많이 보고 싶었고"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무대가 그리웠고 노래 부르고 싶었던 건 사실입니다. 10년 만에 '불후의 명곡'을 비롯 다시 무대에 서니 60년 전 데뷔했을 때만큼 설레고 떨리고 긴장되고 흥분되고 행복합니다. 대단히 감사해요.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라면서 웃었다.
'불후의 명곡' MC인 신동엽이 꽃다발을 들고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며 다시 무대에 선 걸 축하하자 그러면 "볼 뽀뽀"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10년 만에 다시 '불후의 명곡'을 찾으니 자신이 모르는 얼굴이 많아졌다는 패티 김은 "누가 노래를 잘하느냐 못하느냐 따지는 경쟁의 자리가 아니에요. 여기에 나오는 가수들은 기본적으로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이잖아요"라면서 "60년, 50년, 40년 전 제 노래가 어떻게 편곡이 됐을 지 궁금하다"고 했다.
패티김이 무대에 오른 건 지난 2013년 10월2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펼친 은퇴 콘서트 '굿바이 패티-패티김, 그녀가 부르는 마지막 노래' 이후 처음이다. 방송 출연 역시 2012년 9월부터 2013년 2월까지 방송돼 패티김의 음악인생 55년을 정리했던 JTBC '패티김쇼' 이후 약 9년9개월 만이다. '불후의 명곡'엔 2012년 3월 이후 약 10년8개월 만에 다시 출연하게 됐다.
패티김의 '불후의 명곡' 녹화 당일부터 온라인을 달궜다. 그녀가 호피 무늬 스카프·청바지·흰 스니커즈 차림으로 녹화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다수의 연예 매체가 담았는데 그것이 소셜 미디어에 퍼지면서 MZ세대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번 '불후의 명곡' 패티 김 특집은 오는 26일, 12월 3·10일까지 총 3주간 방송한다. 3주 편성은 2018년 조용필(72) 편 이후 두 번째다. 과거 '패티김 쇼'에서 패티김과 인연을 맺기도 한 MC 신동엽은 "히트곡이 많아야 가능한 편성"이라고 말했다.
은퇴를 한 패티김을 섭외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패티김 무대를 그리워한 팬들과 후배들을 위해 박민정 CP를 비롯 제작진이 오랜기간 노력한 결과다. 패티 김 역시 후배들을 위해 큰 결심을 하고 이번 방송에 출연했다.
덕분에 패티 김의 노래를 재해석한 14팀의 출연진도 쟁쟁하다. 박기영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옥주현 '사랑은 생명의 꽃', 빅마마 박민혜 '초우', 스테파니&왁씨 '서울의 찬가', 황치열 '못잊어', 서제이 '빛과 그림자', 억스 '사랑은 영원히', 김기태 '이별', 포레스텔라 '사랑의 맹세', 조명섭 '사랑이여 다시 한 번', DKZ '그대 없이는 못 살아', 이병찬 '가시나무 새',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 '서울의 모정', 첫사랑(CSR) '사랑이란 두 글자' 등의 무대가 마련됐다.
가수들의 다양한 편곡이 길을 끌었다. 그 중 박기영은 패티 김에게서 미국 '솔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을 떠올렸다며 스탠더드 팝인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근사한 복고 풍의 R&B 솔 팝으로 편곡했다. 패티 김은 국내 서구적인 고급스런 터치를 녹인 스탠더드 팝을 꽃 피운 개척자다. 패티 김은 우아하고 감상적인 노래로 '왈츠의 여왕'으로 불린 미국 가수 패티 페이지의 이름을 활동명으로 삼았다.
패티 김은 이날 후배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들이 부른 곡마다 얽은 사연과 추억을 들려줬다. 국내 전설적인 작곡가 박춘석으로부터 곡을 받아 1962년 발표한 '초우' 관련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우연히 가수가 된 이후 보이프렌드가 없었다. 남자친구보다 노래가 중요했다"고 말해 객석의 환호를 끌어내기도 했다. 박기영은 지난 2010년 2월 미국 팝 디바 휘트니 휴스턴의 첫 내한공연이자 마지막 공연 당시 휴스턴이 객석 맨 앞줄에 앉아 있던 패티 김에게 악수를 청했던 현장에 있었다는 인연을 전하기도 했다.
17세 동갑내기 멤버들로 구성된 첫사랑 무대엔 자신의 첫 손자 나이와 같다며 "모두 입양하고 싶을 정도로 어쩜 그렇게 귀엽냐"며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이날 객석엔 약 520명이 앉는 게 가능한데, 방청 경쟁 신청률도 평소보다 월등히 높았다. 제작진에 따르면, 평소 방청 경쟁 신청률은 8~9대 1 수준인데 이번엔 18대 1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엔 3부로 제작돼 평소 월요일 저녁에만 진행하던 녹화 스케줄을 같은 날 낮에도 추가했는데, 방청 신청자들은 이런 부분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객석엔 중장년층만 있지 않았다. DKZ·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등 아이돌 출연으로 10대 팬들도 신청했지만 엄마와 딸, 며느리와 시어머니 등 가족 단위 관객도 많았고 말 그대로 남녀노소였다. 의자가 아닌 계단에 앉아 방청을 하는 인원들도 꽤 많았다. 이태원 참사 여파로 녹화가 한주 밀렸음에도 방청을 포기한 이들이 거의 없었다는 전언이다. 패티 김이 가수들을 지켜볼 수 있는 자리는 객석 한 가운데에 있었는데, 팬들을 향해 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등 녹화 틈틈이 팬들과 적극 소통했다.
패티 김은 늘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 원조 한류스타다. 1958년 8월 만 스무살의 나이로 미8군 무대에서 데뷔했다. 당시 '린다 김'이라는 이름으로 '단장의 미아리 고개'로 잘 알려진 가수 이해연과 듀엣무대에서 첫 곡으로 패티 페이지의 노래 '테네시 월츠'를 불렀다. 이듬해 패티김이라는 이름으로 나섰다. 첫 무대에서 '틸, 파드레'를 부르면서 패티김의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168㎝의 늘씬한 키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군인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1960년 광복 이후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초청한 한국 가수로 NHK에 출연했다. 1962년에는 한국 가요계 최초로 '리사이틀'이라는 타이틀로 공연, 성공했다. 1963년 미국으로 진출, NBC '자니 카슨의 투나잇쇼'에 출연했다. 1966년에는 한국 첫 창작 뮤지컬로 통하는 '살짝이 옵서예'의 주연을 맡았다. 1967년 국내 처음으로 개인 이름을 내세운 방송프로그램 '패티김 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1978년 대중가수로서는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섰다. 1989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과 2000년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무대 역시 국내 대중가수로는 처음 밟은 것이었다.
이후 50년이 넘도록 줄곧 현역으로 활약하며 '서울의 찬가'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초우' '그대 없이는 못 살아' '사랑은 영원히' '사랑은 생명을 남기고' 등의 히트곡을 남겼다. 첫사랑 멤버들은 "패티 김 선생님은 K팝 해외 진출의 길을 개척해주신 분이라고 들었다"면서 "저희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패티김 선생님 덕분"이라고 했다.
패티 김은 "옛날에는 트럭 타고 위문 공연을 다니기도 했다"면서 "여의도에 공항이 있을 때 일본에 가기도 했는데 후배들이 잘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패티김은 이날 녹화 2부에선 '9월의 노래', 3부 녹화에선 '이별'을 직접 불렀다. 녹화 마지막엔 패티 김과 출연진들이 '서울의 찬가'를 다 함께 합창했다. 가수 이선희는 자신의 예정됐던 무대가 따로 없었음에도 이날 녹화 현장을 찾아 선배를 응원하고 예우를 다했다.
패티 김은 이후 따로 예정된 무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불후의 명곡'은 팬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였다. 하지만 일흔이 넘은 지난 2011년 미국 방문 중 로스앤젤레스 인근 실마르 플라이파크에서 행글라이딩에 도전, 비행에 성공하기도 했던 그녀이기에 또 다른 깜짝 도전이 성사될 수도 있다. 그런 기대를 불러 일으킬 만큼 패티 김은 여전히 젊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