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여빈 "글리치의 꽃은 나나…긍정적 영향 줬죠"
넷플릭스 드라마 '글리치', 외계인이 보이는 '홍지효' 역 열현
진한새 작가, 처음부터 지효 역으로 전여빈을 염두하고 쓴 작품
진한새 작가, 처음부터 지효 역으로 전여빈을 염두하고 쓴 작품
입력 : 2022. 10. 12(수) 15:49
넷플릭스 드라마 '글리치'는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외계인이 보이는 '홍지효'(전여빈)와 외계인을 추적하는 '허보라'(나나)가 이야기의 두 축이다. 진한새 작가가 처음부터 지효 역으로 전여빈(33)을 염두에 두고 쓴 덕분일까. 전여빈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제 옷을 입은 듯 캐릭터를 소화한다. 하지만 '이 작품의 꽃은 보라'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터다. 작품 완성도와 흥미성 등을 차치하더라도 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나나(31)가 연기하는 보라의 매력에 푹 빠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지효한테 마음을 많이 줘서 내가 '보라를 연기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대신 보라를 맡는 사람은 '굉장히 매력적이겠다' 싶었다. 나나라는 얘기를 듣고 비주얼부터 그려졌다.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나나가 현장에서 분장하고 연기했을 때 '이보다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했다. 나나가 글리치에 꽃을 활짝 펼쳐줬다. 연기할 때 서로 호흡을 주고 받으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글리치는 '인간수업'(2020) 진한새 작가의 후속작이다. 부인인 글리치의 유아미 보조작가가 '어렸을 때 외계인을 본 적 있다'는 한 마디에서 이야기가 출발했다. 진 작가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2019)에서 전여빈이 상사한테 훈계를 듣고 눈을 번뜩 하는 장면에 꽂혀 지효 역으로 캐스팅했다. '연애의 온도'(2013) 노덕 감독이 연출해 신선한 매력을 더했다. 전여빈은 "노 감독 팬이었고, 인간수업 자체도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며 "극본을 받았을 때 마음이 많이 열려 있는 상태였다. 4부까지 보고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상상이 안 됐다. 이 궁금증을 향해 뛰쳐들어가 모험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지효가 1부 마지막에서 남자친구 '이시국'(이동휘)한테 '내가 미친년이라도 데리고 살 자신있어?'라고 한다. 지효는 자신을 미친년이라고 생각하는데, 난 그렇게 보지 않았다"며 "누구나 마음 속에 외계인 한 명씩은 존재하지 않느냐. 지효는 억압된 기억을 가지고 가장 평범한 얼굴로 살고 싶어 하지만, 결국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뛰쳐나간다. 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모험을 통해 곁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고 용기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시국은 지효와 보라가 UFO 실체를 쫓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하지만 캐릭터 자체는 썩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단순히 극중 전개를 위한 수단으로만 보여 아쉬움을 줬다. "지효는 시국이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모험을 강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국은 어떤 플롯에서 도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지효의 시국을 구해내기 위한 마음은 진심이었다. '외계인 봤다'는 기억을 모른 척 할 수 없었기에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짚었다.
글리치를 통해 외계인 존재도 믿게 됐는지 궁금했다. "며칠 전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다'고 읊조렸다"며 웃었다. "이 광활한 우주에 생명체가 우리만 있을까 싶다. 다큐를 보면 상상하지 못한 미생물이 있지 않느냐"면서 "글리치는 '너에게 외계인이 있어도, 좀 이상해도, 못나 보여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극중 거의 민낯으로 연기해 부담감도 컸을 터다. "지효는 '너드미'를 강조했다. 의상부터 헤어, 메이크업 모두 디자인했다. 완전 민낯이 아니라 민낯처럼 보이게끔 퀭하게 메이크업했다"면서도 "마지막회 추도식 때는 오열신이 많아서 메이크업이 지워질 수 밖에 없었다. 민낯으로 나오는게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지효 톤도 고려했다. 덜 성장한 '어른이'(어른+어린이) 같은 느낌이었으면 했다"며 "자신의 일을 잘 하고 있지만, 지효라는 어른 안에 '아주 작인 아이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극중 지효가 가장 많은 인물을 만나는데, 지효의 반경이 넓어지듯 배우로서 파이도 넓어졌다. 어떤 챕터마다 도전해야 하는 과제가 생기고, 배우로서 표현의 파이를 넓히는 게 행복했다. 추도식에서 우스꽝스러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모자를 뒤집어 썼을 때 약간의 전율도 왔다. 머리 속 칩을 꺼내기 위해 내가 '호산나'라고 거짓말하고, 모두가 집단자살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느냐. 감독님이 '모니터 밖에서도 온전히 내 몸으로 받아들이고 느끼는 게 전해진다'고 하더라. 그날 너무 추웠는데, 추위는 하나도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심장이 뜨거워졌다."
전여빈에게 글리치는 도전 그 자체였다. "지효가 외계인을 봤고 모든 것을 던져 놓고 모험을 떠나는데,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믿어주려고 했다"며 "지효는 자신의 상태를 말로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지만, 불균형한 에너지가 정제 돼 발화하는 순간이 있다. 지효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게 나의 과제였다"고 짚었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다"며 "우선 감독님이 있었고 보라가 있어서 믿고 갔다. 의심이 들었던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데뷔 7년 차다. 2015년 영화 '간신'(감독 민규동)으로 데뷔, '죄 많은 소녀'(감독 김의석·2018)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2019) 등으로 주목 받았다. 드라마 '구해줘'(2017) '빈센조'(2021)에서도 활약했다. 작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고,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20대 초반에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일까?' 고민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 중 일부가 되고 싶었고, 학원에서 연기를 배우는 순간 해방감과 행복을 느꼈다. 혹시 '일로 해볼 수 없을까?'라는 일말의 기대를 품고 시작했는데, 배우가 되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 내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다. 지금의 나를 지켜주는 원동력이 됐다. 나름의 초심을 떠올려 보는 건데, 사람이 변하기 마련 아니냐. 잘 변하고 잘 성장하고 싶다. 지치고 에너지가 고갈되는 순간이 있지만, 계속 마음을 잡으려고 한다. 이 순간 잘 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미 지효한테 마음을 많이 줘서 내가 '보라를 연기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대신 보라를 맡는 사람은 '굉장히 매력적이겠다' 싶었다. 나나라는 얘기를 듣고 비주얼부터 그려졌다.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나나가 현장에서 분장하고 연기했을 때 '이보다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했다. 나나가 글리치에 꽃을 활짝 펼쳐줬다. 연기할 때 서로 호흡을 주고 받으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글리치는 '인간수업'(2020) 진한새 작가의 후속작이다. 부인인 글리치의 유아미 보조작가가 '어렸을 때 외계인을 본 적 있다'는 한 마디에서 이야기가 출발했다. 진 작가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2019)에서 전여빈이 상사한테 훈계를 듣고 눈을 번뜩 하는 장면에 꽂혀 지효 역으로 캐스팅했다. '연애의 온도'(2013) 노덕 감독이 연출해 신선한 매력을 더했다. 전여빈은 "노 감독 팬이었고, 인간수업 자체도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며 "극본을 받았을 때 마음이 많이 열려 있는 상태였다. 4부까지 보고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상상이 안 됐다. 이 궁금증을 향해 뛰쳐들어가 모험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지효가 1부 마지막에서 남자친구 '이시국'(이동휘)한테 '내가 미친년이라도 데리고 살 자신있어?'라고 한다. 지효는 자신을 미친년이라고 생각하는데, 난 그렇게 보지 않았다"며 "누구나 마음 속에 외계인 한 명씩은 존재하지 않느냐. 지효는 억압된 기억을 가지고 가장 평범한 얼굴로 살고 싶어 하지만, 결국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뛰쳐나간다. 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모험을 통해 곁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고 용기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시국은 지효와 보라가 UFO 실체를 쫓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하지만 캐릭터 자체는 썩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단순히 극중 전개를 위한 수단으로만 보여 아쉬움을 줬다. "지효는 시국이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모험을 강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국은 어떤 플롯에서 도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지효의 시국을 구해내기 위한 마음은 진심이었다. '외계인 봤다'는 기억을 모른 척 할 수 없었기에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짚었다.
글리치를 통해 외계인 존재도 믿게 됐는지 궁금했다. "며칠 전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다'고 읊조렸다"며 웃었다. "이 광활한 우주에 생명체가 우리만 있을까 싶다. 다큐를 보면 상상하지 못한 미생물이 있지 않느냐"면서 "글리치는 '너에게 외계인이 있어도, 좀 이상해도, 못나 보여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극중 거의 민낯으로 연기해 부담감도 컸을 터다. "지효는 '너드미'를 강조했다. 의상부터 헤어, 메이크업 모두 디자인했다. 완전 민낯이 아니라 민낯처럼 보이게끔 퀭하게 메이크업했다"면서도 "마지막회 추도식 때는 오열신이 많아서 메이크업이 지워질 수 밖에 없었다. 민낯으로 나오는게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지효 톤도 고려했다. 덜 성장한 '어른이'(어른+어린이) 같은 느낌이었으면 했다"며 "자신의 일을 잘 하고 있지만, 지효라는 어른 안에 '아주 작인 아이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극중 지효가 가장 많은 인물을 만나는데, 지효의 반경이 넓어지듯 배우로서 파이도 넓어졌다. 어떤 챕터마다 도전해야 하는 과제가 생기고, 배우로서 표현의 파이를 넓히는 게 행복했다. 추도식에서 우스꽝스러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모자를 뒤집어 썼을 때 약간의 전율도 왔다. 머리 속 칩을 꺼내기 위해 내가 '호산나'라고 거짓말하고, 모두가 집단자살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느냐. 감독님이 '모니터 밖에서도 온전히 내 몸으로 받아들이고 느끼는 게 전해진다'고 하더라. 그날 너무 추웠는데, 추위는 하나도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심장이 뜨거워졌다."
전여빈에게 글리치는 도전 그 자체였다. "지효가 외계인을 봤고 모든 것을 던져 놓고 모험을 떠나는데,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믿어주려고 했다"며 "지효는 자신의 상태를 말로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지만, 불균형한 에너지가 정제 돼 발화하는 순간이 있다. 지효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게 나의 과제였다"고 짚었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다"며 "우선 감독님이 있었고 보라가 있어서 믿고 갔다. 의심이 들었던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데뷔 7년 차다. 2015년 영화 '간신'(감독 민규동)으로 데뷔, '죄 많은 소녀'(감독 김의석·2018)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2019) 등으로 주목 받았다. 드라마 '구해줘'(2017) '빈센조'(2021)에서도 활약했다. 작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고,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20대 초반에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일까?' 고민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 중 일부가 되고 싶었고, 학원에서 연기를 배우는 순간 해방감과 행복을 느꼈다. 혹시 '일로 해볼 수 없을까?'라는 일말의 기대를 품고 시작했는데, 배우가 되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 내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다. 지금의 나를 지켜주는 원동력이 됐다. 나름의 초심을 떠올려 보는 건데, 사람이 변하기 마련 아니냐. 잘 변하고 잘 성장하고 싶다. 지치고 에너지가 고갈되는 순간이 있지만, 계속 마음을 잡으려고 한다. 이 순간 잘 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