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누구나 크고 작은 문제의 연속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누구에게나 있는 이 문제를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이라고 표현했고, 부처님은 ‘고통의 바다(苦海)의 고통’으로 나타냈다.

남자든 여자든, 어른이든 아이든, 부자든, 가난한 자이든, 높은 사람이든, 낮은 사람이든 수많은 문제를 어깨에, 등에 짊어지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문제를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성취와 성공 보다는 실패와 좌절을 더 많이 맛보게 되어있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이다.

나는 누구나 부딪히는 이 문제를 도전이라고 부른다. 원래 도전이라는 말은 영국의 유명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Toynbee)가 사용했다. 그의 유명한 저서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에서 인류 문명(civilization)은 내부와 외부의 도전에 적절히 응전하지 못하면 멸망했다는 역사 발전의 법칙을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많은 역사학자들의 연구와 공감을 얻어서 역사발전의 법칙으로 인정받고 있다.

나는 문명의 흥망성쇠의 중요 변수로서의 도전을 확장 해석해서 개인과 조직, 국가와 민족의 역사 발전에도 적용될 수 있는 유의미한 변수라고 생각한다. 날마다의 삶 속에서 바닷가 밀려오는 파도처럼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부딪혀오는 크고 작은 문제들, 크고 작은 도전들을 적절히 응전하지 못한다면 좌절과 실패, 곤경과 패망을 맞이할 수 있다.

성격과 종류, 크기와 영향력이 각기 다른 문제(도전)들을 시간과 장소, 방법과 여건에 맞게 지혜롭게 대처하고 해결해 나가지 못하면 삶은 정체되고 후퇴하고 고통이 될 수도 있다. 문제와 도전을 극복하면서 가치와 현상을 보존(保)하고 지키는(守) 보수도 쉬운 일이 아니고, 중요한 일이다.

자유와 평등, 공정과 정의의 사회적 가치와 헌법 정신을 보호하고 지키는 보수 정당도 그래서 기본적으로 필요하고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도, 조직도, 사회도, 정당도, 국가도, 민족도 보호하고 지켜야 할 전통과 가치, 규범이 있다. 그래서 개인과 모든 조직들도 보수는 질서와 규범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되고 지키고자 노력한다.

보호하고 지켜야 할 가치와 정신, 규범을 무조건 보호하고 지키는 보수 하나로는 역사 발전이 더디거나 뒤쳐질 수 있다. 좀 더 나은 상태, 좀 더 나은 의미와 가치, 좀 더 나은 관계와 제도, 삶을 위하여 부족한 점, 불합리한 점, 잘못된 점 등을 발견하고 고치고자 앞으로 발걸음(步)을 나아가는(進) 진보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개인과 모든 조직들에 있어서 보수와 진보는 공존하고 상호의존적이며 필요하다. 그래서 모든 개인과 모든 조직들은 보수도 해야 하고 진보도 해야 한다. 젊었을 때는 진보적이었다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키는 보수적으로 되어 가는 것이 일반적인 성향이다. 진보는 보수에서 나와서 다시 보수로 되돌아간다.

보수의 비중이 좀 더 높거나, 진보의 비중이 조금 더 높다는 차이가 있을 뿐, 어떤 사람도 100% 보수, 100% 진보는 없다. 누구나 보수적인 성격과 진보적인 성격을 공유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보수와 진보를 오가면서 이어가는 삶에서, 문제와 도전이 닥쳐왔을 때, 바로 적절히 지혜롭게 처리하는 응전을 못했을 때, 문제는 악화되고 더욱 커진다는 사실이다. 특히 응전, 해결, 대처를 미룬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예로부터 부지런 하라, 일찍 일어나라는 교훈, 인생 좌우명이 많다. 유명한 새마을운동도 ‘근면 자조 협동’을 구호로 내세웠다. 나는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을 인생 좌우명의 하나로 삼고 수십 년 동안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도 미흡한 것을 절감하고 있다. 죽는 날까지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