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렸는지 확인 좀" 주정차 단속 청탁 관행 백태
광주 서구의원 4명 등 정·관가 과태료 면제 만연
명시·암묵적 무마 요구…공직사회마저 고삐 풀려
명시·암묵적 무마 요구…공직사회마저 고삐 풀려
최윤희 기자입력 : 2021. 04. 02(금) 09:09
광주 서구 기초의원·공직자들이 갖은 방법으로 주·정차 단속 자료 삭제를 통해 특혜 면제를 받아온 부조리한 관행이 실체를 드러냈다.
주·정차 단속에서 열외되는 특권이 당연시되는 문화가 고착, 노골적이고 명시적인 청탁도 서슴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광주 서구 등에 따르면, 광주시 감사위원회는 '서구청 주·정차 과태료 부과 실태 특정 감사'로 최근 3년(2018~2020년)간 부당 청탁 또는 재량 남용 등으로 2000여 건의 주·정차 과태료 처분이 부적절하다고 봤다.
시 감사위는 대체로 지역 정치인·공직자의 경우는 관행으로 자리 잡은 특혜적 요소가 많았고, 일반 시민들의 과태료 면제는 지나치게 단속 행정이 느슨했다고 봤다.
이 중 지역 정·관가 인물은 69명(96건)이었다. 이들은 부당한 수단(특정 차량번호 삭제·암묵적 요구) 등으로 단속 무마 특혜를 누렸다.서구의회 의원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많은 4명이 부당 특혜가 드러났다.
서구의원 정원 13명 중 30.76%에 해당한다. 오랜 기간 지역 정가에서 주·정차 단속 무마 의혹이 무성했던 A의원은 자신의 가족 명의 차량을 이용, 단속 적발 자료를 삭제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차명(借名) 차량을 주로 타면서 자신의 부도덕하고 특권적 관행을 숨겼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이에 대해 A의원은 "일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단속 여부를 확인한 수준이다. 주·정차 과태료 부과가 지나치게 과한 측면이 있다"며 "이해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B·C의원은 주·정차 금지 구역에 차량을 세워 '불법 주·정차 알림 메시지'(통상 15~90분·안전신문고 신고 시 1분)를 받으면 해당 부서에 "단속에 혹시 걸렸는지 확인해달라"라고 공직자들에게 넌지시 이야기했다.
B의원은 "굳이 누구에게 부탁해서 낼 만큼 (과태료가) 큰 돈은 아니다. 단속 알림 문자 메시지 받고 해당 부서에 문의만 했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C의원은 "단속 적발 사실에 덜컥 겁이 나 확인을 부탁한 적은 있으나, 부당한 압력으로 비춰질 지 정말 몰랐다. 그동안 과태료 통지서가 오면 성실해 냈고, 앞으로 차분히 결백을 입증할 수 있다"고 전했다.
D의원은 배우자의 차량 명의로 부당한 과태료 면제 처분이 있었으나, 구체적 경위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이런 풍조 속에서 공직 사회도 자유롭지 않았다. '아는 사람들만 알고 써먹는' 부조리한 관행이 공직 사회 곳곳에 파고 들었다. 퇴직 공무원 중에선 4급 이하 간부 공무원이 최소 1명 이상이었다. 현직 공무원 중에선 5급 이하 공직자가 직급 구분 없이 고루 연루됐다.
'근로계약법'상 신분 보장을 받는 공무직 직원·기간제 근로자도 자·타의를 떠나, 부당한 관행의 '실행자'로서 가담했다. 상당수는 자신은 물론이고 친구·지인의 부탁 또는 '꿀팁 전수' 등의 행태로 과태료 면제 특혜를 나눴다.
시 감사위는 감사 범위를 확대, 같은 기간 서구가 단속 자료 삭제·보정 등을 통한 과태료 부과 면제 조치를 받은 4100여 건도 들여다봤으나 이 중 상당수가 '행정 재량 남용'에 가깝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는 ▲상무·금호·풍암 등 5대 지역 내 상습 불법 주·정차 ▲도심 기능 밀집 ▲타 자치구 대비 월등히 많은 적발 건수 ▲과잉 규제 따른 서민 경제 부담 ▲불필요 민원 마찰 등을 감안, 이 같은 단속 행정을 펼쳤다.
그러면서 민생 경제 부담 경감·계도성 규제 행정이라는 취지도 있다고 밝혔다. 이마저도 상당수 시민들이 과태료 단속 행정의 이 같은 허점 등을 미리 알고서 편법을 일삼았다는 의혹도 있다.
시 감사위는 이 같은 행정이 타 자치구 기준에 비해 지나치게 행정 재량 범위를 초과했다고 보고, 관련 내규를 시정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 감사위는 조만간 이번 감사결과보고서를 서구로 보내 위법 및 부적정 행정 사례에 대해 행정상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관련 공무원에게는 신분상 조치(징계 등)를 권고한다.
광주 서부경찰서도 지난달부터 들어간 내사(직무유기 혐의)를 공식 수사로 전환할 지 고심하고 있다. 서구청으로부터 관련 자료 일체를 넘겨받는 대로 혐의 성립 여부와 법리를 검토한다.
한편, 시 감사위는 앞서 올해 1월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 특정감사 결과를 넘겨 받아 지난달 중순부터 38일간 특정감사를 벌였다.
최윤희 기자
주·정차 단속에서 열외되는 특권이 당연시되는 문화가 고착, 노골적이고 명시적인 청탁도 서슴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광주 서구 등에 따르면, 광주시 감사위원회는 '서구청 주·정차 과태료 부과 실태 특정 감사'로 최근 3년(2018~2020년)간 부당 청탁 또는 재량 남용 등으로 2000여 건의 주·정차 과태료 처분이 부적절하다고 봤다.
시 감사위는 대체로 지역 정치인·공직자의 경우는 관행으로 자리 잡은 특혜적 요소가 많았고, 일반 시민들의 과태료 면제는 지나치게 단속 행정이 느슨했다고 봤다.
이 중 지역 정·관가 인물은 69명(96건)이었다. 이들은 부당한 수단(특정 차량번호 삭제·암묵적 요구) 등으로 단속 무마 특혜를 누렸다.서구의회 의원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많은 4명이 부당 특혜가 드러났다.
서구의원 정원 13명 중 30.76%에 해당한다. 오랜 기간 지역 정가에서 주·정차 단속 무마 의혹이 무성했던 A의원은 자신의 가족 명의 차량을 이용, 단속 적발 자료를 삭제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차명(借名) 차량을 주로 타면서 자신의 부도덕하고 특권적 관행을 숨겼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이에 대해 A의원은 "일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단속 여부를 확인한 수준이다. 주·정차 과태료 부과가 지나치게 과한 측면이 있다"며 "이해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B·C의원은 주·정차 금지 구역에 차량을 세워 '불법 주·정차 알림 메시지'(통상 15~90분·안전신문고 신고 시 1분)를 받으면 해당 부서에 "단속에 혹시 걸렸는지 확인해달라"라고 공직자들에게 넌지시 이야기했다.
B의원은 "굳이 누구에게 부탁해서 낼 만큼 (과태료가) 큰 돈은 아니다. 단속 알림 문자 메시지 받고 해당 부서에 문의만 했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C의원은 "단속 적발 사실에 덜컥 겁이 나 확인을 부탁한 적은 있으나, 부당한 압력으로 비춰질 지 정말 몰랐다. 그동안 과태료 통지서가 오면 성실해 냈고, 앞으로 차분히 결백을 입증할 수 있다"고 전했다.
D의원은 배우자의 차량 명의로 부당한 과태료 면제 처분이 있었으나, 구체적 경위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이런 풍조 속에서 공직 사회도 자유롭지 않았다. '아는 사람들만 알고 써먹는' 부조리한 관행이 공직 사회 곳곳에 파고 들었다. 퇴직 공무원 중에선 4급 이하 간부 공무원이 최소 1명 이상이었다. 현직 공무원 중에선 5급 이하 공직자가 직급 구분 없이 고루 연루됐다.
'근로계약법'상 신분 보장을 받는 공무직 직원·기간제 근로자도 자·타의를 떠나, 부당한 관행의 '실행자'로서 가담했다. 상당수는 자신은 물론이고 친구·지인의 부탁 또는 '꿀팁 전수' 등의 행태로 과태료 면제 특혜를 나눴다.
시 감사위는 감사 범위를 확대, 같은 기간 서구가 단속 자료 삭제·보정 등을 통한 과태료 부과 면제 조치를 받은 4100여 건도 들여다봤으나 이 중 상당수가 '행정 재량 남용'에 가깝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는 ▲상무·금호·풍암 등 5대 지역 내 상습 불법 주·정차 ▲도심 기능 밀집 ▲타 자치구 대비 월등히 많은 적발 건수 ▲과잉 규제 따른 서민 경제 부담 ▲불필요 민원 마찰 등을 감안, 이 같은 단속 행정을 펼쳤다.
그러면서 민생 경제 부담 경감·계도성 규제 행정이라는 취지도 있다고 밝혔다. 이마저도 상당수 시민들이 과태료 단속 행정의 이 같은 허점 등을 미리 알고서 편법을 일삼았다는 의혹도 있다.
시 감사위는 이 같은 행정이 타 자치구 기준에 비해 지나치게 행정 재량 범위를 초과했다고 보고, 관련 내규를 시정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 감사위는 조만간 이번 감사결과보고서를 서구로 보내 위법 및 부적정 행정 사례에 대해 행정상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관련 공무원에게는 신분상 조치(징계 등)를 권고한다.
광주 서부경찰서도 지난달부터 들어간 내사(직무유기 혐의)를 공식 수사로 전환할 지 고심하고 있다. 서구청으로부터 관련 자료 일체를 넘겨받는 대로 혐의 성립 여부와 법리를 검토한다.
한편, 시 감사위는 앞서 올해 1월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 특정감사 결과를 넘겨 받아 지난달 중순부터 38일간 특정감사를 벌였다.
최윤희 기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