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제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원 구성을 위한 협상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다음 주 열리는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우선 양측의 김영진, 김성원 두 수석부대표가 만나 탐색전에 들어갔다. 원 구성은 국회가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기본 골격을 갖추는 일로서 첫 단추를 꿰는 것과 다름 없다. 그런데 역대 국회의 원구성 협상과 소요 시간을 되돌아보면 문제가 크다. 열심히 일하겠다며 선거기간 한표를 달라고 읍소했던 의원들이 여론의 지적과 훈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출발 선상에서부터 약속을 뒤집는 것이다.



각 당의 이해관계가 있겠으나 명색이 입법기관이라면 원 구성 법정시한을 못 박은 국회법은 지키는 게 도리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개원한 제13대 국회부터 직전 20대 국회까지 원구성에 걸린 시간은 평균 41.4일이었으며, 14대 때는 무려 125일이나 걸렸다. 이제 우리 국회도 달라져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19로 국민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상시국이다.



제3차 추가경정예산 심사를 비롯해 경제난 극복을 위해 시급하게 입법적 뒷받침을 해야 할 과제들이 쌓여 있다. 국회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상임위 하나 더 차지하겠다고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통 큰 협상안을 제시하고, 제1야당인 통합당도 시한 내 협상 타결을 위해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아울러 원구성 협상 자체에 대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새로운 국회가 구성될 때마다 2년 단위로 두 차례의 원구성을 교섭단체 간 협상을 통해서 하다 보니 이해관계 충돌로 타협시한을 넘기는 일이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특정 상임위는 여당과 야당 몫으로 못 박아놓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운영위원장을 다수당이 차지하는 것처럼 법제사법위원장과 예결위원장 등 모든 상임·특별 위원장 자리에 여야 몫의 꼬리표를 달아놓으면 불필요한 다툼의 소지가 원천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