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2월 일어난 신군부세력의 12·12 쿠데타 주동자이며 이듬해 1980년 5월 광주 학살의 원흉인 전두환씨가 1년여만에 광주를 찾았으나 이번에도 광주시민들에게 한마디 사죄도 하지 않았다. 전 씨는 27일 사자(死者) 명예훼손 형사 사건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에 도착해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8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동안 전씨는 알츠하이머 등 건강 문제를 핑계로 재판에 나오지 않다가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하자 작년 3월 마지못해 법정에 출석했다. 그때도 ‘발포 명령을 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고 거칠게 화만 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로 광주시민이 증인이다. 전일빌딩은 5·18 당시 전남도청 광장 등에서 쫓겨온 시민들이 몸을 숨겼던 곳이다. 지금까지 재판에서 학생, 간호사, 성직자 등 20명이 5·18 당시 광주 시내 상공에서 헬기 기총소사를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전남도청 건너편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270개의 탄흔이 발사각도 등으로 볼 때 헬기에서 발사된 총탄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도 나왔다.



그런데도 광주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성직자를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워 광주학살 책임을 모면하려는 전씨는 그야말로 파렴치하기 짝이 없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 드러난 전씨의 뻔뻔한 행위도 어이없다. 알츠하이머 때문에 재판에도 못 나간다더니 지인들과 버젓이 골프를 치고 12·12 군사반란 주역들과 유명 중식당에서 호화 만찬을 했다. 전씨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광주시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