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막판 결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부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정부가 전년 대비 최소 13%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트럼프는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이 더 큰 비율로 부담해야 한다며 노골적인 압박을 거듭하고 있다. 그의 애초 요구액은 작년 1조389억원의 무려 5배가 넘는 6조원이다. 협상용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액수다. 13% 인상은 작년 인상률 8.2%와 비교해 엄청난 증액인데 여전히 트럼프는 상식 밖의 행동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부자나라인 한국을 방어하는데 미국이 손해볼 수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한다. 오랜 세월 유지돼 온 방위비 분담 기준을 하루아침에 무시하고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 양국 협상단과 관계 장관들 선에서 13% 안에 잠정 합의한 것도 한국 측이 많이 양보했고 미국 실무진도 이해했기 때문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는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자국 내에서도 과잉 청구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며칠 전엔 미국 민주당 외교·군사 분야 중진의원들이 국무·국방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 측 제안 거절을 언급하며 공정하고 상호 수용 가능한 선에서 조속히 타결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잠정합의안 거부 공식화로 협상이 지지부진해질 것같다. 트럼프 대통령의 완고한 인식과 대폭 증액 의지가 재확인된 데다 11월 대선을 앞둔 그의 운신 폭이 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트럼프는 코로나19 사태로 수세에 몰려 있는데 분담금 대폭 증액을 실현하겠다고 호언장담한 협상에서 양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협상 지연으로 한미동맹관계와 군사 준비태세 약화 우려는 물론이고, 지난 1일 시작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4천여명의 무급 휴직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데 트럼프의 지나친 배짱으로 애꿎은 피해자가 생기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람직한 동맹관계 유지를 위해 호혜와 상생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