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간 주말의 달콤한 늦잠을 깨우는 소리가 있었다. 바로 국민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 총선거운동 소리이다. 짜증스레 눈을 뜨고 투덜대기도 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떠올리면 이내 나의 행동이 죄송스러워진다. 올해는 4.19혁명 60주년이다. 우리나라 민주화의 근본을 이룬 그 날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1960년은 이승만 독재정권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강력한 적수였던 조병옥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대통령 선거는 사실상 이승만으로 결정된 상황이었다. 관심사는 이승만 정권의 후계자인 이기붕과 야당 장면의 부통령 선거였다. 여당은 이기붕을 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3.15 부정선거를 자행했다. 3·5인조 투표, 정치깡패 동원, 이기붕의 표가 이미 차 있는 선거함 등 그 결과 일부 지역에서는 전체 투표수보다 이기붕의 득표수가 더 많은 촌극도 벌어졌다.

부정선거에 분노한 학생들이 앞장서 이승만 정권을 규탄하기 시작했다. 이에 불을 붙인 것이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눈에 최루탄이 박힌 당시 16세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었다. 그 결과 시민들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게 되었고 이것이 4.19혁명이다. 이승만 정권은 시위대에게 발포까지 하며 진압하려 하였다. 하지만 한번 일어난 민주화의 불꽃은 그 정도로 사그라질 것이 아니었다.

결국 이승만이 하야 후 미국으로 망명을 하게 된다. 이어 들어선 허정 임시정부 하에서 의원내각제로 개헌을 하고 8월에 선거를 통하여 장면 내각정부가 출범하게 되었다. 한나 아렌트는 혁명을 “사회·정치적 변동으로서 그 결과 정치과정에 시민참여적 헌법적 구조가 창조되는 일련의 과정”으로 정의하였다. 또한 우리나라 헌법 전문은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로 시작한다. 이를 볼 때 3.15에 항거한 4.19는 가히 우리나라 민주화의 근간이 되는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위기를 가장 잘 대처함으로써 현재 전 세계에서 그 위상이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일환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등을 하면서 4.19 관련 행사들도 축소되거나 취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난을 대처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는 하나 그 의미마저 퇴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를 잊은 나라에 미래는 없다고 한다. 만약 아침잠을 깨우는 선거운동 소리에 짜증부터 났다면, 4.19혁명 60주년을 맞아 우리가 선거를 ‘당연하게’생각하게끔 만들어 주기 위해 진압대의 총칼에 쓰러져 간 그 날의 영령들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전남서부보훈지청 보상과 김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