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등학교 1~3학년 143만여명이 20일 마지막으로 원격수업 대열에 합류한 가운데 자녀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챙겨야 하는 '엄마 개학'이 현실화한 모양새다. 형제·자매까지 총동원한 경우도 있어 '가족 개학'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서울 용산구의 서울용산초등학교는 이날 오전 9시 3학년, 10시에 2학년 개학식을 진행한 뒤 11시에 1학년 입학식을 열었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실시간 쌍방향형으로 진행됐다.

1학년 온라인 입학식에서 많은 학부모가 자녀 옆에 앉아 입학식을 지켜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형·누나·언니·오빠들이 동생을 돕는 경우도 많았다.

맞벌이 학부모 가운데서도 직장에서 자신의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온라인 입학식 채팅창에 참석, 자녀의 출석을 확인한 뒤 채팅창을 나가기도 했다.

앞서 진행된 2, 3학년 개학식에서도 학생들은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학부모의 도움을 받았다. 한 학생의 학부모는 접속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직접 담임 교사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학부모들도 진땀을 뺐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기계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집에만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활 습관도 무너진 경우가 많아 누군가 옆에서 계속 붙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부부가 맞벌이로 일하는 초등학교 2학년 학부모 김모씨(39·여)는 이날 자녀를 돌봐 줄 사람이 없어서 직장에 휴가를 냈다. 그는 "아이가 가만히 앉아서 수업을 듣는 건 길어야 10분"이라며 "사실상 수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의도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전모씨(44)도 "과제는 당연히 다 봐줘야 하고, 수업 진행도 실시간으로 옆에서 선생님이 하는 말을 다시 얘기해주고 챙겨줘야 진행할 수 있다"며 "아이 수업에 맞춰 준비하는 데 에너지 소모가 너무 심하다"고 토로했다.

강원 춘천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 이모씨(45·여)도 이날 휴가를 내고 자녀의 첫 수업을 도왔다. 학교에서 지정해준 링크를 타고 들어가 출석 체크를 하려고 보니 오전 9시10분까지 출석을 완료한 학생이 전체 24명 가운데 4명에 불과했다.

이씨는 "자신은 휴가를 쓸 수 있는 직장에 다녀 다행이지만 주위에 자녀의 온라인 학습을 봐주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도 수두룩하다"며 "내일부터 혼자 수업을 들어야 할텐데 저학년도 쉽게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과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사는 초등학교 신입생 최은영양(7·가명)은 이날 스스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학습관리시스템(LMS)인 'e학습터'에 접속하려고 노력하다가 끝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최양의 부모는 맞벌이를 한다. 주변에 자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등교 개학이 연기된 이후 잠깐 돌봄교실에 보내기도 했지만, 최양이 낯선 교실에 적응하기 어려워해 지난달 24일 베이비시터를 고용했다. 이날도 베이비시터 김모씨(50)가 최양의 곁에서 학습을 도왔다.

애초 포털에서 e학습터를 검색해 접속하고 로그인을 한 다음 학급방을 찾아가 수업 자료를 내려받거나 재생하는 일은 초등학교 1학년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최양은 비밀번호에 포함된 '@' 문자를 보고서 "이거는 '9'인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최양은 온라인 수업을 특히 더 힘겨워했다. 최양은 교사, 교가, 교화 등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면서도 "친구들이 보고 싶다"는 말만 계속 되뇌었다. "당분간은 여기가 은영이 교실이야"라는 김씨의 말에도 "에이"라고 말하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김씨는 "나도 초등학교 6학년 자녀가 있는데, 그 정도 크면 대부분 혼자서 잘한다"면서도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사실상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맞벌이 가정이나 조부모가 대신 아이를 돌봐주는 집이라면 더 어려울 것"이라며 "엄마 개학이라는 말이 있던데 요즘 보면 가족 개학이 따로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원격수업에 비교적 빠른 속도로 적응하는 모습이다.

용산초등학교 5학년 창의반의 송미경 교사는 "학생들이 잘 적응하고 있고, 출석도 문제없이 잘하고 있다"며 "대답도 잘하고, 음소거 기능을 꺼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먼저 화상회의 프로그램의 새로운 기능을 발견해 교사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송 교사는 "아이들에게 온라인 수업의 특성상 '모둠 학습'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더니 '줌(Zoom)'에 소회의 기능이 있다는 걸 알려주더라"며 "이제는 아이들과 수업 시간에 농담도 주고받는 등 많이 친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 초·중·고교에서 모두 540만여명이 원격수업에 참여하면서 우려됐던 '접속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EBS 온라인클래스'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e학습터' 모두 큰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e학습터에서 오전 9시쯤 수분간 지연 문제가 발생했지만, 금세 복구됐다.

동시간대 최고 접속자 현황은 EBS 온라인클래스의 경우 이날 오전 9시42분에 60만1396명, e학습터는 오전 9시10분에 62만760명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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