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의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26.69%를 기록했다. 총 유권자 4천400만명 가운데 1천170만명 정도가 이틀간 진행된 투표에 참여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여전히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처럼 투표 열기가 뜨거웠다니 놀랍다. 이 여세를 몰아 본선거에서도 높은 투표율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번 4·15총선 사전투표율은 최근 20년간 투표율의 궤적과 추세를 놓고 봤을 때 믿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치임이 틀림없다.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 직후 정치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고, 국민의 선거 참여 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3년전 대선의 사전투표율(26.06%)마저 앞선 것이다.



일부 언론은 국민 사이의 정치적 냉소주의와 선거 무관심 등을 들며 이번 사전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묻지마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 뻔뻔한 의원 꿔주기, 상식을 벗어난 유권자 모독 수준의 막말 등으로 유권자들이 선거에 등을 돌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렇게 높은 사전투표율이 나온 것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새롭게 도입된 제도와 예기치 않게 조성된 외부환경의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돌발변수는 뭐니 뭐니 해도 코로나19다. 총선 당일인 15일 투표장에 많은 유권자가 한꺼번에 몰릴 것을 우려해 유권자들이 자기방어적 관점에서 서둘러 투표를 마쳤을 가능성이 크다. 제도적 측면에선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연동형비례대표제가 투표율을 높이는데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은 오로지 정당용 득표로만 의석을 가져간다. 진보와 보수 양 진영 싸움에서 최종 의석 분포는 정당투표의 결과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상기하면 사전투표율이 높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어쨌든 선거는 유권자들의 권한이자 의무다.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15일 본선거에 꼭 참여하길 바란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