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트는 거리도 멀고, 코로나19 때문에 께름칙해서요"

1인 가구 이모씨(29·여)는 저녁 요리를 위해 햄, 두부, 나물, 조미료를 한가득 사 왔다. 이씨가 장을 본 곳은 대형마트가 아닌 편의점이다. 그는 "주로 오픈마켓에서 장을 본다"며 "간단한 식품이나 간단한 장보기는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장바구니'가 오픈마켓과 편의점으로 옮겨갔다. 당장 필요한 식음료나 생필품은 편의점에서, 정기적인 쇼핑은 온라인몰에서 해결하는 새로운 '쇼핑백서'가 표준이 되고 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의 지난 2~3월 가정간편식(HMR), 냉장 가공식품, 주류, 조미료, 햄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123.5% 급증했다.

GS25는 햄류 판매량이 123.5% 올라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이어 △조미료 55% △두부 39.8% △즉석국 31.3% △소주 21.5% △맥주 12.4%가 뒤따랐다. 편의점 ATM/CD(현금자동입출금기) 이용률도 전년 동기 대비 11% 올랐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3월 장보기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53% 늘었다. 간편식은 31.7% 올랐고 반찬류도 26.6% 뛰었다. 과일·채소류와 계란 매출은 각각 22.5%, 40.7%씩 증가했다. 소스류와 장류, 조미료도 매출이 40~50%씩 성장했다. 내친김에 지난 5일에는 반찬 간편식 브랜드 '우리동네 반찬가게'를 론칭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생활 반경이 줄어든 데다 다중이용시설을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편의점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대신하는 모양새다.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식이 사라지면서 홈술족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술과 안주를 책임지는 곳이 바로 편의점이다. 세븐일레븐의 2~3월 무알코올 맥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냉장 안주류 판매량도 12.8% 뛰었다. CU의 주류, 안주류 판매량도 각각 17.5%, 12.9%씩 성장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뜻밖의 호황을 맞은 온라인쇼핑몰은 전례 없는 '황금기'를 구가 중이다. 생필품은 물론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쥐고 있던 식음료 수요까지 온라인몰이 대부분 흡수했다.

옥션·11번가·마켓컬리에 따르면 지난 2~3월 온라인 냉동·냉장 가공식품, 제빵, 아이스크림, 무알코올 주류, 안주, 치즈, 육류 판매량은 전년 대비 최대 324% 껑충 뛰었다.

특히 코로나19로 홈술·홈쿡족이 급증하면서 무알코올 주류와 안주류 판매량이 폭증했다. 옥션은 작년 대비 무알코올 맥주가 41% 더 팔렸다. 곱창·막창, 꼬치류, 족발, 어묵·맛살, 핫바 등 안주류도 최대 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마켓컬리도 튀김류 판매량이 324% 뛰었다. 이어 △꼬치류 274% △곱창·막창·껍데기 등 특수부위 육류 214% △치즈류 220% △스테이크류 150% 등 식품 판매량이 2배 이상씩 많아졌다. 11번가도 케이크,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241% 증가하며 오프라인 제과 수요를 끌어왔다.

향신료·시즈닝 전문 브랜드 '딜리셔스마켓'을 운영하는 플랜A컴퍼니도 매출이 2배 이상 뛰었다. 플랜A컴퍼니 관계자는 "집밥을 선호하는 '홈쿡족'이 늘면서 시즈닝, 향신료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편의점과 온라인몰에 수요가 몰린 덕에 일부 식음료기업도 '낙수효과'를 누리는 중이다. CJ제일제당의 프라잉스낵 브랜드 '고메'와 롯데푸드의 인기 소시지 '의성마늘프랑크'가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고메 크리스피핫도그', '고메 바삭튀겨낸돈카츠', '고메 치킨박스' 등 인기 프라잉스낵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 올랐다"고 말했다. 롯데푸드 관계자도 "홈술족이 늘면서 편의점 상위 안주류인 '의성마늘프랑크' 매출이 15% 증가했다"고 전했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소비 트렌드를 넘어 생활상까지 변화했다"며 "두부, 나물, 조미료 등 편의점에서 거의 사지 않았던 품목의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편의점 장보기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