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선정할 때 건강보험료 납부 금액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3월 기준으로 가구원의 본인부담 건강보험료를 모두 합산해 하위 70%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건보료는 긴급지원금 말이 처음 나올 때부터 유력한 지급 기준으로 꼽혔다. 실소득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낱낱이 검증할 수 없는 현실에서 모든 국민을 가입자로 둔 건보료가 그나마 보편적 자료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재난지원금은 소득 수준이나 지자체의 자체 지원금 등과 맞물려 처음부터 형평성 시비가 있었고 앞으로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실제로 건보료는 현재 소득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는 못한다. 지역가입자는 사업·근로·이자·연금 등 소득과 주택·토지·자동차 등의 재산까지 고려해 부과하는 반면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만 갖고 계산한다. 게다가 100명 이하 사업장 가입자의 경우 최신 소득자료가 아니라 작년 자료를 토대로 산정하기에 코로나19 여파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럼에도 건보료를 기준으로 한 이유는 시급성 때문이다. 형평성을 높이려면 전 가구의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 소득인정액을 조사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대상자 선정에만 수개월이 소요된다. 생산·소비 급감과 이에 따른 소득 감소가 큰 충격파로 이어진 절박한 상황에서 지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때에 따라선 한 모금의 물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원 기준을 정한 만큼 신속한 집행을 위해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아무리 재난지원금이라 해도 돈이 걸린 문제인 데다 전체 가구의 30%는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지원 방식과 선정 기준을 둘러싼 불만과 비판이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총선이 코앞으로 닥친 시점이어서 정치적 공방 또한 거세다. 하지만 70%에 달하는 국민 대다수가 지원 대상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