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결정이어서 많은 회의를 거쳤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명칭은 ‘재난기본소득’ 대신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정리가 됐다.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주는 ‘기본소득’보다 재난으로 인한 생계지원이라는 취지에서 ‘재난지원금’이 더 합당하다는 것이다.



이번 논의는 민간 정책연구기관인 LAB2050의 윤형중 팀장이 ‘미디어 오늘’에 기고한 칼럼에서 ‘전 국민에게 30만원씩 지급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난기본소득 50만원을 어려운 국민에게 지급해달라”고 주장하면서 공론화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을 돕고 내수 활성화를 통해 소비위축을 풀어가자는 취지다.



이런 주장에 지자체장들이 나서면서 재난기본소득 도입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지급 방식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일시적으로 지원해달라”고 국회와 정부에 제안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실업급여 등 기존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대해 가구당 60만원씩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해달라”며 선별 지원을 주장했다.



재난기본소득이 공론화되자 청와대도 논의를 시작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들에게 1인당 1천 달러(124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이 포함된 1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우리 정부도 지급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에 반대했다. 대신 취약계층에 체크카드나 상품권을 지급하자고 했다. 결국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지급 대상은 소득 하위 70%, 지원 규모는 4인가구 기준 100만원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