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예정된 도쿄올림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동안 각국에서 꾸준히 연기 또는 취소가 거론돼 온 가운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마침내 연기 방안이 하나의 선택사항이라고 인정했다. IOC는 성명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보건 상황과 올림픽에 대한 영향 평가를 완료하기 위해 연기 시나리오를 포함한 세부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정상 개최를 강조했던 IOC가 결국 현실에 손을 든 것이다. 다만 IOC는 연기가 아닌 취소에는 ‘고려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연기 논의 배경에 대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사람의 생명은 올림픽 개최를 포함한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고 바이러스 억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스포츠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IOC의 결정 직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도쿄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개최하기 어려울 경우 연기도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외신들은 한 발 더 나아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조용히 연기 준비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취소 또는 연기가 몰고 올 엄청난 파장을 고려해 신중함 속에서도 정상 진행 의지를 거두지 않았지만 현실적 한계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도쿄올림픽을 연기하자는 주장은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 제기됐다. 미국 육상협회와 수영연맹, 영국 육상연맹, 스페인 축구협회가 한목소리도 연기를 촉구했고, 육상선수 칼 루이스도 가세했다. 프랑스, 노르웨이 등에서도 연기 요구가 나왔다. 심지어 일본 국민의 69%가 연기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언론 매체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 생떼를 쓰지 말고 지구촌 인류의 건강을 위해 과감히 도쿄올림픽을 연기해야 한다. 나아가 올림픽 개최권을 반납하고 신종 바이러스 퇴치에 힘을 모으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